
북한이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헌법 개정과 관련해 강연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지난 18일 오후 기관·기업소 간부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하는 공화국헌법에 관한 강연회가 진행됐다”며 “사리원시 법무부는 과장급 이상 간부들을 참석시켜 강연회를 진행했는데, 심각한 내용에 따라 강연회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 흘렀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강연회에서는 헌법 개정을 통해 한국을 적대국가로 분명히 하고, 북중 국경과 북러 국경처럼 물리적으로 단절된 국경선을 설정해 영토 문제를 확실히 천명했다는 점이 핵심적으로 언급됐다.
특히 한국과 마주하고 있는 모든 경계를 ‘남부 국경선’으로 명명한 의미와 중요성을 부각하면서 이를 정확하게 알고 남부 국경선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아울러 강연회에서는 간부들이 헌법 개정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더 깊이 이해하면서 각 조직의 당원 및 근로자들에게 헌법정신을 제대로 교육할 필요성이 있다는 당부의 말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교육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제시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번 강연회의 대상들은 전부 정치 사상적으로 무장하고 준비된 간부들이었으나 강연 내용에 대해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며 “다른 때는 강연회에서 어떤 문제가 상정되면 모여서 토론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보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고 내내 어두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이번 강연회에 쓰인 강연자료의 일부는 일반 주민들과 학교들에서 계급교양 자료로 활용될 예정으로 알려졌다”며 “교육의 주목적은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제한 새로운 내용의 헌법 개정 내용과 남부 국경선에 대한 인식 확산”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사리원시는 강연회 이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계급교양 사업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 17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틀 전(15일) 있었던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 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전하며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헌법의 요구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불능의 전쟁 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 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7~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열고 사회주의헌법 일부 내용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회의 결과 보도에서는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개정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의 남북관계 단절 움직임과 일련의 보도를 통해 북한이 개정 헌법에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법적으로 제도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