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오징어는 주민 생계와 직결되는 중요한 어족 자원이다. 여름에 많이 잡히는 오징어가 겨울 식량 마련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로 부른다. 오징어는 낮에는 수심 100~200m가량 내려갔다가 밤 되면 수면으로 올라오는데, 특히 불빛을 좋아하는 습성을 이용해서 야간에 어선에 집어등을 환하게 켜놓고 낚시로 연속해서 잡아 올린다.
동해에서 오징어잡이가 이뤄지는 시기는 보통 6월 말부터 10월 초까지다. 10월 중순까지 오징어를 잡기도 하지만 9월이 지나면 파도가 강해서 바다에 나가기 어렵고, 또 오징어 떼가 점차 러시아 쪽으로 북상한다. 올해는 날씨가 더운 탓에 동해안 수온이 높아 예년보다 조금 이른 6월 중순부터 오징어잡이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야간 조도 위성사진을 이용해서 북한 동해안 오징어잡이 활동 상황을 살펴보니 야간 어로 활동이 제법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 코로나-19 봉쇄 시기 어로 활동 제한
2019년 말 중국에서 퍼진 급성 호흡기 전염병 ‘우한 폐렴(코로나19)’이 지구 전 대륙에 번지면서 세계를 위협하자, 북한도 2020년 1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주민 이동을 통제했다. 북한 당국이 국경 봉쇄와 비상 방역 조치를 엄격히 시행하면서 2020년 하반기 오징어잡이 활동도 거의 중단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여름 어민들 생계 수단인 오징어잡이 어로 활동이 멈춘 것이 야간 조도 위성사진에서 확인되는데, 당시 7월 중순 북한 동해상에는 야간 조업 중인 선단이 거의 식별되지 않았다. 한창 오징어잡이가 이뤄져야 할 때임에도 함경북도 연안 해역에는 선박이 한 척도 식별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봉쇄 조치 1년이 지나면서 2021년 여름에는 오징어잡이 선박이 소수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 위성에서 식별된다.
◆ 코로나-19 해제 이후 어로 활동 증가
2022년 상반기 접어들면서 코로나19 감염증 유행이 세계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각국이 봉쇄 조치를 완화 또는 해제하자 북한도 그해 8월 코로나19 통제를 다소 완화했다. 그러면서 북한 동해안 야간 오징어잡이 어선 활동도 늘기 시작했다.
2024년 7월 촬영한 영상을 보면, 오징어잡이 선단이 함경북도 해안을 따라 넓게 펼쳐져 어로 활동에 나선 모습이 회색 무더기 형태로 식별된다. 주로 해안에서 7~8km 거리 이내에 몰려있는 모습인데, 먼 바다로는 아직 출항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배가 먼 바다에 나가 며칠씩 머물러야 어획량을 늘릴 수 있지만 북한 당국은 아직도 어선들의 먼 바다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어선을 이용한 주민들의 탈북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위성 사진에는 청진항과 나진항 앞바다에 선박이 몰려있는 것이 식별된다. 9월 말로 접어들면서 오징어 어군이 북상한 것이다. 9월 말 이후가 되면 오징어 떼가 러시아 쪽으로 올라가 북한 동해안 어획량이 적어지고 파도도 거세진다. 보통 9월이 되면 바람과 파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작은 목선으로 먼 바다에 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 바다 출입 제한 조치 여전
최근 바다 출입 제한 조치가 다소 풀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북한 당국은 어민들이 바다에 나가는 것을 까다롭게 통제하고 있다. 데일리NK 보도에 따르면 일반인은 수산사업소나 수산협동조합이 아닌 북한 공안 기관인 보위부에서 ‘바다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과정이 간단치 않다. 기업소 지배인과 당비서 보증을 받아 보위부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친분이 있는 보위부 간부에게 뇌물까지 찔러 줘야 겨우 바다 출입증 발급이 가능한 실정이다.
한편, 올해 북한의 오징어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코로나로 어로 활동 통제가 심했던 예년에 비해 최근 오징어잡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야간 환적을 하면서 오징어어 밀수출에 나서지 않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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