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명절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는 추세가 점차 확산하는 가운데, 북한에서도 올해 추석에는 이 같은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올해 추석 제사상 차림은 전통적인 형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소화됐다”며 “과거 평안북도 지역에서는 햅쌀로 지은 밥과 속이 들어가지 않은 인절미나 절편 같은 떡류, 삼색전, 각종 산나물 반찬, 사과·배·밤·대추 등 열매를 홀수로 준비해 예법에 맞게 상을 차렸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소식통이 올해 추석 평안북도 국경 지역에 사는 한 주민 세대의 차례 상차림이라며 보내온 사진에는 김밥, 과자 등 전통적인 제사상과는 거리가 먼 음식들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소식통은 “모두가 꼭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많은 주민이 이런 들놀이(소풍)식의 음식을 준비했다”며 “예전에는 격식을 차려 제사상에 올라갈 음식을 준비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산 사람, 특히 아이들이 평소에 먹고 싶다고 하던 음식들을 위주로 준비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음식을 준비해서 잊지 않고 제사를 지내는 게 어디냐’라는 생각으로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제사상을 차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추석에 제사를 지내는 방식 또한 이전과 많이 달라졌는데, 이는 북한 당국이 산림 복구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묘지 철거 조치와도 연관돼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산림녹화, 풍치 조성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산에 있는 조상 묘를 없애고 유골을 화장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가가 자체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주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조상 묘를 파내고 유골을 화장해 가루를 유골함 등에 별도 보관하거나 산이나 강 등에 뿌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조상 묘를 함부로 건드려 화를 입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주민들이 많았지만, 정작 묘를 파고 유골을 화장해 가루를 산과 강에 뿌리고 나자 ‘살아서 자유 없던 영혼이 자유롭게 떠나게 됐으니 마음이 오히려 한결 편해졌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올해 추석에는 묘가 없어 집에서 제사 지내는 사람도 많았고, 유골 뿌린 장소나 유골 보관소에서 유골함을 잠시 꺼내 주변 적당한 장소에 깔개(돗자리)를 깔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도 많았다”며 “그러다 보니 제사라기보다는 들놀이식으로 간단하게 도시락에 음식을 싸 들고 가 가족들과 나눠 먹으며 고인을 추억하는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여기(북한) 사람들도 이제는 편리하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고 있어 앞으로 풍속적이고 민속적으로 전통 제사상을 차리는 문화는 점점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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