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시작에 앞서 “계획량 하락 조정 허용 않는다” 지침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 홍수에 따른 농작물 피해에도 기존 계획 무조건 달성 강조…농장들 불만

양강도 국경 지역 한 마을에 ‘쌀로써 사회주의를 지키자’는 구호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데일리NK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가 올해 가을걷이 시작에 앞서 도내 모든 농장들에 별도 조정 없이 이미 계획된 수확량을 무조건 달성할 데 대한 엄격한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23일 “본격적인 가을걷이를 앞두고 도 농촌경리위원회는 이달 초 수확량 조정이 없이 기존 국가 계획대로 한다는 점을 꼬집어 도내의 모든 시·군 농촌경영위원회들을 통해 농장들에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지침은 국가적 지시에 따른 사항으로, 도 농촌경리위원회는 농업생산물의 결산 분배와 수매를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며 여기에 어떠한 하락 조정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식통은 “이는 자연재해 등 여러 가지 악조건으로 계획량보다 수확량이 부족한 농장들에서 가을걷이에 들어서기 전 계획량을 변경해달라고 우는소리 하는 것을 방지하고, 수확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해준 계획량을 무조건 달성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몇몇 시·군의 농장 일꾼들은 올해 여름 폭우·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해 국가계획량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도 농촌경리위원회는 이를 전혀 들어주지 않고 즉시 일축하면서 농장원들에 대한 결산 분배나 집짐승 먹이로 쓸 물량을 조절해서라도 각 농장이 정해진 목표를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시·군 농업경영위원회 역시 국가계획량 보장을 강조하는 한편, 해마다 부족한 종자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안정적인 생산을 담보하기 위한 종자 선행 확보를 앞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계획량과 종자 필요량을 우선 확보한 후에 남는 농작물을 농장원들에게 분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군 농업경영위원회는 등록되지 않은 일부 소토지들의 알곡 생산량도 꼼꼼히 다 파악해 따져보고 작은 것도 소홀하지 말고 국가계획량에 도움이 되도록 하며, 농장들이 애국심을 발휘해 올해 국가계획량을 초과 달성하도록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농장들이 가을걷이 시기가 오면 봄에 부족한 자재와 종자를 빌려 쓴 돈을 갚는다면서 빚 갚기용 소출을 확보하느라 분주한데, 일부 농장들이 사실과 달리 여유분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검찰을 붙여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시·군 농업경영위원회는 농장의 일반 농장원들보다 일꾼(간부)들이 거둬들인 농작물을 몰래 빼돌리는 행위를 더 많이 저지른다고 지적하고, 이런 문제 행위가 발각됐을 시에는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소식통은 “농장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보다 계획 달성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이 같은 농업 지도 기관들의 태도는 농장 일꾼들과 농장원들의 내적인 불만을 유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