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구역의 병원이 전력난으로 냉동 설비가 멈추자 사체실에 있던 시신을 유가족의 동의 없이 화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유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당 기관까지 나서게 됐다는 전언이다.
18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8일 사망한 가족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청진시 한 구역의 병원을 찾은 한 유가족이 사전 동의 없이 화장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병원 관계자들이 시신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유가족이 강하게 추궁했고,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이 보관 중이던 시신을 유가족 동의 없이 임의로 화장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본래 해당 병원 사체실에는 사망 직후 유가족이 바로 인계받지 않은 시신들이 일정 기간 보관돼 있었다. 북한에서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받던 환자가 사망하면 유가족이 시신을 인계받아 집이나 별도의 장소로 옮겨 장례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어 즉시 인계가 어려운 경우에는 병원 사체실에 시신을 임시 보관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전력난으로 해당 병원 사체실의 냉동 설비가 며칠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보관 중이던 시신들의 부패가 빠르게 진행됐다. 결국 병원 측은 더 이상 시신을 보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부패가 진행된 시신들을 화장터로 옮겨 화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병원 측이 이 과정에서 유가족의 사전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이다. 냉동 설비 가동 중단으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설명도, 원치 않을 경우 시신을 서둘러 수습하라는 통보도 하지 않고 임의로 화장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후에도 시신 화장 사실을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게 된 유가족들은 사체실 관리 책임자뿐만 아니라 병원장에게도 사전 동의 없이 시신을 화장 처리한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오히려 “시신이 사체실에 닷새 동안이나 있었는데 왜 바로 찾아가지 않았느냐”며 유가족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동의 없이 시신을 화장한 경위를 충분히 설명하기보다 유가족이 시신을 제때 수습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유가족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결국 해당 구역 당위원회까지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번 사건은 북한 지방 의료기관이 겪고 있는 만성적인 전력난이 단순히 의료기기 가동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망자 관리에도 직접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사건을 접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유가족에게 상황을 알리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시신을 임의로 화장한 것은 잘못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전기가 없어 냉동 설비를 돌리지 못했다는 사정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가족에게 말 한마디 없이 시신을 화장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며 “병원이 시신을 함부로 다룬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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