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매상점, 형식상 국가 가격제 따르지만 실상은 장마당 시세가 기준

과자 상점 종합과자 사탕 간식
북한 평양의 한 상점 내부. 다양한 과자류가 진열돼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당국이 국가 중심의 경제 운영 체계를 강화하면서 상품의 생산뿐 아니라 유통과 판매까지 관리망으로 흡수하기 위해 수매상점 등 국가 상업망을 활성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수매 및 판매가격을 관리·제정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상품 확보와 판매를 위해 장마당 시세를 반영해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NK는 최근 평안북도 구장군에 소재한 한 식료수매종합상점의 운영 방식과 취급 상품, 가격 결정 과정 등을 통해 북한 수매상점의 실태를 살펴봤다. 해당 식료수매종합상점은 군(郡) 인민위원회의 지도와 관리를 받으며 지배인과 부기원, 수매원, 판매원, 창고장등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약 100평 규모의 창고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방공장에서 생산된 된장, 간장과 같은 기초식품을 비롯해 술, 사탕, 과자, 음료 등이 판매되고 있다. 또 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뿐만 아니라 개인이 생산한 농산물도 취급하고 있다. 아울러 조미료와 설탕, 식용유 등 수입 식료품도 판매되고 있는데, 대부분 중국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상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지방공장과 농장에서 생산된 상품으로 알려졌다. 전체 취급 상품 가운데 지방공장 제품이 약 50%로 가장 많고, 농장 생산물이 25~35%, 개인 생산물이 10~20%, 수입품이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 가격제 적용한다지만…실제로는 장마당 시세가 기준 

눈에 띄는 점은 상점이 상품을 사들이는 수매가격과 주민들에게 내놓는 판매가격을 정할 때 해당 시기 장마당 시세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국가에서 수매가격과 판매가격을 정하도록 돼 있지만 장마당 가격을 무시하고 가격을 정하면 차이가 너무 커진다”며 “그러면 물건을 받아오기도 어렵고 상점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장마당 가격을 철저히 참고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식료수매종합상점의 실제 판매가격은 장마당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형식적으로는 국가가격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상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판매하기 위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사실상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생산자에게 장마당보다 현저히 낮은 수매가격을 제시하면 굳이 수매상점에 상품을 넘길 유인이 줄어든다. 반대로 판매가격이 장마당보다 높으면 주민들이 상점을 찾지 않기 때문에 국가 상업망 역시 시장가격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원칙적으로 북한에서 상품 가격은 국가의 가격제정 체계에 따라 결정된다. 북한 가격법은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수매가격 등을 국가가 관리하는 가격의 종류로 규정하고 있으며 중앙 및 지방 가격제정 기관 등에 가격을 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수매상점에서는 장마당 시세가 가격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률상 국가가 가격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시장가격의 영향력이 상당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인 생산품도 받아 판매…위탁판매 방식으로 유통 

해당 식료수매종합상점에서는 생산 주체가 기관이나 기업소인지 개인인지를 크게 가리지 않고 가격 조건만 맞으면 상품을 받아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적으로 수매상점은 식료공장이나 농장 등 연계된 생산 단위에서 사전에 계획되거나 계약된 물량을 받아온다.

그러나 개인들이 텃밭이나 부업을 통해 생산한 농산물은 물론 직접 만든 식품 등도 상점에 넘길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 경우 생산자는 상점 지배인과 상품 가격을 합의한 뒤 물건을 맡기고 판매가 이뤄지면 대금을 정산받는다. 상품을 먼저 받아 판매한 뒤 생산자에게 값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위탁판매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상품 운송은 기본적으로 수매하는 측이 맡지만, 경우에 따라 상점 차량을 이용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운송 방식은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정하며 상품이 상점 창고에 들어온 이후 발생하는 보관 비용은 상점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장마당 대신 식료수매종합상점을 찾는 주민들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공장과 농장에서 직접 들어오는 상품이 많아 주민들이 상품의 출처가 비교적 분명하고 품질도 믿을 만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판매가격이 장마당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도 주민들이 수매상점을 찾는 요인으로 꼽힌다. 소식통은 “수매상점 물건은 어느 공장이나 농장에서 나온 것인지 비교적 분명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가격도 장마당과 크게 다르지 않고 상품도 정상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꺼리는 사람보다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국가 상업망을 통해 상품의 유통과 판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장마당 시세를 반영하고 개인 생산품까지 취급하는 등 시장 요소를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국가 주도 공급망을 확대 과정에서도 이미 자리 잡은 시장의 가격 결정과 상품 공급 구조를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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