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에 北 장마당에선 ‘이것’이 성황리에 팔렸다는데

“추석에 월병 먹어야 일 잘 풀려” 소문 나돌아…값비싼 수입 월병 대신 1000원짜리 수제 월병 인기

북한 주민들이 추석을 맞아 성묘를 하러 가는 모습(2019년 촬영).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지난 추석 북한 장마당에서 중국에서 유래된 둥근 모양의 밀가루 과자 ‘월병’이 성황리에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에 월병을 먹어야 집안일이 잘 풀린다’는 미신의 영향으로, 북한 당국의 단속과 처벌에도 여전히 많은 주민이 미신에 기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추석에 월병을 먹으면 일이 잘 풀린다는 소문이 돌아 월병을 만들어 판 혜산시의 음식 장사꾼들이 평소보다 돈을 많이 벌었다”고 전했다.

혜산시의 시장에서는 중국에서 수입된 월병이 속 재료에 따라 개당 (북한 돈) 2500원부터 4000원에 팔렸는데, 값이 꽤 나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1000원짜리 수제 월병이 특히 인기였다고 한다.

본보가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9월 15일 기준 양강도 혜산시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6580원에 거래됐다. 중국 월병 1개 값이면 시장에서 쌀 500g 정도를 살 수 있는 금액이라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시장의 음식 장사꾼들이 비슷하게 본떠 만든 1000원짜리 수제 월병을 대신 사 먹었다는 것이다.

실제 소식통은 “개인이 만든 월병이 눅어서(싸서) 값이 나가는 중국 월병보다 훨씬 잘 팔렸다”고 말했다.

본래 월병은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중국 중추절 대표 음식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월병이 북한에 처음 유입된 것은 1980년대 중반으로, 민간 왕래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아 북한에 드나들었던 조선족 보따리상들을 통해서였다. 당시 월병은 북한 주민들에게 최고급 음식으로 여겨졌다.

이런 가운데 올해 추석을 앞두고 혜산시 주민 사회에 ‘추석에 월병을 먹으면 일이 잘 풀린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시장에서 월병을 찾는 주민들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요즘은 사람들이 잘 되는 일도 없고, 벌이도 안 되니 뭘 하면 일이 잘 풀린다는 소문만 돌면 그것이 뭐든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하려고 한다”며 “어떤 사람들은 장사꾼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부러 낸 소문이라고도 했지만, 사람들은 정말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까하는 한 가닥 희망에 속는 셈 치고 돈을 꾸어서라도 월병을 사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이 잘 풀릴 것이라 믿고 월병을 사 먹는 행위는 사실상 북한 당국이 엄금하는 미신행위에 해당한다.

미신행위를 비사회주의 행위로 보는 북한은 형법(제291조)에 처벌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신행위를 한 자는 최소 노동단련형에, 최대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해진다.

이밖에도 북한은 지난 2020년 말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23조에 ‘미신을 설교한 출판선전물을 시청, 유포하거나 재현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제29조(미신전파죄)에는 미신 전파 행위에 최소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최대 사형의 엄중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북한 당국은 이렇듯 주민들의 미신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공포를 조장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단속에 걸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사정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항간에 떠도는 갖가지 미신에 근거한 행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이번 추석에 월병을 먹어야 일이 잘 풀린다’라는 말이 점쟁이 또는 어느 개인의 입에서 아무 근거 없이 발설된 것일지라도 주민들은 출처 같은 건 애당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저 주민들은 ‘한 번이라도 잘살아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