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 환율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개인 환전 거래 통제 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는 1달러가 북한 돈 1만 6100원에 거래됐다. 평양의 북한 원·달러 시장 환율은 지난 2일 역대 최고가인 1만 6500원을 경신한 이후 매일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평양의 북한 원·달러 시장 환율은 이달 초보다 400원가량 하락한 상황이지만 보름 넘게 1만 6000원대 환율이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환율 등락 양상이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지난 15일 기준 평안북도 신의주 시장의 북한 원·달러 환율은 1만 6200원으로, 평양보다 100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선 조사 때인 지난 2일 신의주의 북한 원·달러 시장 환율은 1만 6700원으로, 본보의 북한 시장 물가 조사 데이터상 이는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최고가다.
북한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 이전부터 줄곧 8000원대를 유지해 왔으나 국경봉쇄로 무역이 통제되고 외화 수요가 감소하면서 2021년 말 4000원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흡수하고 공금융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타격대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개인의 외환 거래를 통제하면서 지난 6월 환율이 급등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타격대 동원해 외화 거래 통제하자 北 시장 달러 환율 폭등)
이렇게 환율이 급등한 상태에서 북한 당국이 원료와 자재, 기계 등 방대한 물자 수입을 요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외화 수요는 감소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달러 환율이 기존보다 2배가량 폭등하면서 개인들의 달러 보유 욕구도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달러보다는 오름세가 완만하지만, 북한 원·위안 환율도 평양, 신의주, 혜산 모두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본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평양 시장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19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올해 1월 초 조사 때 환율(1250원)과 비교하면 52% 오른 것이다.
올해 1월 초와 비교해 북한 시장의 외화 환율이 큰폭(원·달러 94%, 원·위안 52%)으로 오른 상황에서 북한 시장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올 초 가격과 비교하면 현재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한산 쌀 가격은 30.7%, 옥수수 가격은 41.6% 상승했다.
다만 이는 원·달러 환율이 8000원대, 원·위안 환율이 1200원대였던 지난해 9월 중순과 비슷한 가격이다. 외화 환율이 북한 시장의 쌀과 옥수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재 북한 당국은 개인의 환전 거래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시장 환율을 움직이는 거물 환전상들을 처벌하지는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물 환전상들은 대부분이 단속 기관 일꾼들과 결탁돼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북한 당국의 환전 거래 통제 조치는 오히려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 소식통은 “가장 상위에 있는 돈데꼬(환전상)들은 워낙 큰돈을 쥐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사법기관의 ‘보호동물’이라 불리기도 한다”며 “타격대를 동원해도 잔챙이 같은 돈데꼬들만 처벌당하고 돈대(환율)만 오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