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북한 양강도 혜산시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국가밀수로 중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추석 상차림용 과일 등이 북한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수입 식품은 시장에서 잘 판매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12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추석이 다가오면서 일부 밀무역 업자들이 추석 상차림에 필요한 물자들을 중국에서 국가밀수 통로로 들여오면서 혜산시 장마당에는 수입산 과일들과 식품 등 다양한 종류의 수입 상품들이 팔리고 있다”며 “다만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돈 있는 사람들 외 일반 주민들은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명절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추석 열흘 전부터 일찍이 명절 준비에 나서는 주민들로 시장이 활기를 띠었고 상인들의 벌이도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시장에 상품이 있어도 주민 대부분이 가격만 물어볼 뿐 선뜻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여기서도 추석은 큰 명절이라 장사꾼들이 1년 중에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때인데 지금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이익을 내는 게 꿈 같은 일이 됐다”며 “사람들이 하루 세 끼 식사 보장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어서 추석 상차림 준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 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50대 주민은 “원래 이맘때면 장마당에 사람들이 붐비고 물건도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흥성였으나 지금은 흥성이기는커녕 명절에 대한 부담만 커져 여성들의 얼굴에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혜산시 시장에서는 국가밀수 통로로 반입된 수입산 배, 사과가 각각 1kg당 6500원, 9500원에 팔리고 있다. 쌀 1kg를 살 수 있는 금액과 맞먹거나 그보다 더 비싸 주민들이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수입 식품인 칼파스(소시지)도 추석 상에 올려지는 음식 중 하나인데, 개당 2500원으로 경제적 여유가 되는 사람들만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상인들은 추석을 앞두고 벌이가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으나 마수걸이만 그런대로 할 뿐 죽 벌이도 겨우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들은 아직 추석까지 며칠 남았으니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밀무역 업자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자신들이 들여오는 다른 밀수품에 과일 등을 섞어 들여와 도매로 판매하고 있다.
소식통은 “지금 시장에서 팔리는 수입 과일은 일부 업자들이 밀수품을 들여올 때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조금씩 섞어 들여오는 것들”이라며 “어떤 업자는 추석에 많은 가정이 제사상을 차리니 잘 나가는 과일을 첫 탕에 들여와 돈을 벌 계획이었으나 장사꾼들이 잘 팔리지 않아 아우성치는 모습에 아예 들여오는 것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재개된 혜산시 국가밀수는 중국 측 변방대 간부가 바뀌는 바람에 다소 차질이 빚어지다가 지난 7일을 기해 다시 정상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25일부터 혜산서 국가밀수 재개…한숨 돌린 무역회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