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복구에 투입된 당원돌격대가 주요 건설 자재인 진흙을 채취하겠다면서 주민 뙈기밭을 마구잡이로 파헤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12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지난 6일 평안북도 의주군 강운리에서 피해복구 작업에 투입된 평안북도 당원돌격대와 강운리 주민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며 “싸움의 원인은 돌격대가 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진흙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의 개인 뙈기밭(소토지)을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도 당원돌격대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까지 강운리에 1000여 세대의 주택을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건설 자재로 쓸 진흙을 확보하기 위해 계곡 근처나 산비탈에서 진흙 채취 작업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런 곳들은 대부분 주민 뙈기밭이 조성돼 있는 곳들이라, 당장 진흙을 채취해야 하는 돌격대와 어렵게 일군 뙈기밭을 지키려는 주민들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복구 시 경작지와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이미 내려진 상태지만, 살림집 건설에서 속도전이 요구되는 상황에 진흙을 구하려면 주민 뙈기밭을 침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주민들도 처음에는 어쩌겠는가 하고 지켜보다 돌격대가 점점 더 밭을 파고들자 격분했다”며 “주민들은 돌격대가 무리하게 진흙을 채취해 지반을 약화시켜 산사태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내세웠다”고 했다.
개인이 가꿔 놓은 뙈기밭은 물론 정식 경작지로 인정되지 않지만, 그것을 떠나 무리하게 땅을 파헤치고 지형을 훼손하면 앞으로 또 있을지도 모르는 폭우에 산사태 피해가 일어날 것이 뻔하다는 게 주민들의 하나같은 목소리라는 것이다.
홍수 피해복구를 위한 일이라지만 도리어 자연재해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지적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강운리 주민들은 “비탈면을 그렇게 파헤치면 비가 조금만 내려도 산사태가 날 텐데, 당신들 눈에는 그게 안 보이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돌격대원들도 이에 지지 않고 “누가 그걸 모르겠느냐. 그러면 우린 어디서 진흙을 채취하란 말이냐”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도 당원돌격대 지휘관들이 나서 ‘산사태 예방을 위한 보강 작업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산비탈을 그렇게 파헤쳐 지반을 훼손하고 임시방편으로 보강한다고 해서 산사태를 막을 수 있겠느냐’며 연신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며 “더욱이 주민들은 진흙도 없어 개인 뙈기밭을 침범하는 당원돌격대가 멀쩡한 건물까지 허물고 다시 짓겠다고 하는 모습에 큰물(홍수) 피해복구는커녕 오직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게 훤히 보인다며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