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 출신 청년 돌연 사라져…미스터리에 주민들 ‘쑥떡’

신세 한탄하며 당과 국가 비난해 끌려갔다 소문 나돌아…보위부 '유언비어 퍼뜨리지 말라' 회람장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의 살림집. /사진=데일리NK

지난달 북한 평안북도 구장군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한 청년이 갑작스럽게 행방불명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써 지역 주민들 사이에 큰 파장이 일고 이런저런 소문이 나돌자 군 보위부가 주민 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중순 구장군의 한 주민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주민들 속에 ‘보위부에 끌려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다’는 등 다양한 설이 돌았다”며 “이에 군 보위부가 유언비어 차단에 나섰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라진 주민은 군사복무를 마치고 추천으로 김일성종합대학 법학부에 진학해 졸업까지 한 청년으로, 그는 검사가 되는 것을 꿈꿔왔으나 부모님이 이혼하고 각자 다른 사람과 재혼한 것으로 가정 혁명화에 걸려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졸업 후 고향인 구장군에 내려와서도 김일성대 졸업생이라는데 큰 자부심을 보이며 언젠가는 당에서 간부로 등용해줄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고 결국은 돈벌이를 위해 ‘구루마꾼’(손수레꾼)으로 여기저기서 허드렛일을 하게 되자 가슴속에 한을 품었다.

실제로 그는 평소 “만기 군사복무로 나라에 청춘을 바쳤고 최고의 대학을 나왔지만 무슨 소용인가”, “돈이 없고 힘이 없고 빽(배경)이 없으면 죽은 목숨이나 같다”는 등 신세 한탄을 하는 말을 노골적으로 해왔고, 국가를 비난하는 발언도 서슴없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장군의 주민들은 이 청년이 그래도 살아보겠다며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부모를 잘못 만나 고생한다면서 동정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달 중순 매일 보이던 청년이 갑자기 사라져 나타나지 않자 주민들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청년의 행방에 주목했다.

그러던 중 ‘한 주민이 조용한 저녁에 물을 긷기 위해 우물가에 나왔다가 청년이 보위원들에 끌려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소문이 주민들 속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그가 평소 당과 국가를 비난하는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김일성종합대학의 권위를 훼손해 보위부에 끌려갔다는 소문까지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이 일로 주민 사회에 불안감과 공포감이 조성되자 군 보위부는 지난달 말 이 청년이 속해 있던 인민반과 인근 동네에 ‘소문과 추측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회람장을 배포했다는 전언이다.

청년의 행방은 오리무중인데, 군 보위부는 발빠르게 소문 차단에 나서자 주민들은 이를 더욱 수상쩍게 여기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그전에는 누가 잡혀가거나 일이 있으면 보위원들이나 그 가족들을 통해서 사건 내용이 조금씩 새어 나와 주민들이 알게 됐지만, 이번 사건은 보위부도 철저히 침묵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알려지는 내용조차 없어 주민들은 더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