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수재민을 해수욕장에 데리고 간 야만적 행동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월 27일 “수해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이 평양체류의 나날을 기쁨과 즐거움 속에 유쾌히 보내고 있다”면서 이들이 용수포해수욕장·자연박물관·중앙동물원 등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수해 피해 현장은 한마디로 너무도 참혹했다. 마치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수재민들의 모습은 더욱 참담했다. 지난 7월 27일 북한 신의주와 의주 지역에 대규모 수해가 발생한 지 이제 한 달 정도 지나고 있다. 북한당국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연일 수재민들을 잘 보고 있다는 내용의 선전물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중국쪽에서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이 중국 SNS를 통해 일부 공개되면서 그 진상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수해쯤으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북한 당국이 공개한 선전 영상을 보면 억이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수해가 발생한 그다음 날, 김정은이 직승기(헬리콥터)를 진두지휘하며 4000여 명의 수재민을 구했다고 선전한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허황된 거짓말도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해당 지역에서 수재민을 구호할 능력이 안 되었던지, 평양으로 1만 3000명을 데리고 왔다.

수재민들의 평양 생활은 북한 당국의 주장처럼 정말 행복할까?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수재민을 해수욕장에 데리고 간 일이다. 수재민들은 그야말로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에서 트라우마를 겪을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의 선전과 달리 국내 언론을 통해 전해진 내용을 보면 약 1500명이 실종,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수해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물살에 떠내려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봐야 했고, 그나마 살던 집과 밭은 한순간에 물바다가 되었다. 생사 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던 그들에게 기껏 한다는 짓이 해수욕장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의 선전물을 만드는 출연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평양으로 데리고 온 학생들을 잘 교육한다며 교실을 꾸린 것은 또 어떠한가. 아이들이 교육받는 교실에서 김정은은 담배와 재떨이를 올려다 놓았다. 수재민들에게 지원한 구호품은 다름 아닌 과자 부스러기 정도였다.

피해복구는 스스로 자원했다는 30만 명의 청년들에게 맡겼다.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라는 이름으로 수해 현장에 동원된 청년들은 텐트 한 동에 수십 명씩 생활하며 또 다른 이재민이 되었다. 굴삭기 한 대면 해결할 일을 맨손으로 작업하는 영상은 그야말로 지금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영상 35도가 넘은 더위에 학교 운동장에 대형텐트를 치고 가족 단위도 아닌 수십 명씩 생활하도록 한 수재민의 생활은 그야말로 참혹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북한 선전 영상을 통해 드러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그들이 지금 얼마나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정은의 애민주의 선전은 끊이지를 않는다. 대체 그들이 무슨 죄를 지어 이토록 모진 고난을 당해야만 하는 것인가?

포악한 독재자 한 명 때문에 2300만 북한 주민들은 오늘도 노예처럼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북한 당국이 공개한 수해 관련 선전 영상을 보며 분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참혹한 모습을 보고도 여전히 북한이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자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그리 좋으면 그곳에 가서 살아 보라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저 북녘 주민의 한 맺힌 절규가 들리지 않는지.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