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내에서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옷이나 헤어 스타일을 따라 하는 청년들에 대해서도 단속이 이뤄지고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최근 청진시의 일부 청년들 속에서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입으시는 것과 같은 통이 넓은 바지가 유행했다”며 “그런데 지난달 초부터 시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위원회와 각 대학 청년동맹 위원회에서 갑자기 이 옷차림을 단속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적된 바지는 바지 폭이 다른 바지들에 비해 훨씬 넓은 통바지로, 북한 청년들 사이에서 일명 ‘원수님 바지’라고 불린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TV나 신문을 통해 노출된 최고지도자나 김씨 일가의 옷차림이 유행하는 경우가 흔한데, 최근에는 김 위원장의 통바지 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청진철도대학, 청진의학대학 등 청진시 내 주요 대학교 학생들도 즐겨 입게 됐다.
그런데 지난달 초부터 청년동맹 조직이 “원수님과 같이 몸이 좋은 사람들이 입으면 어울리지만 체소한(몸집이 작은) 사람이 입으면 꼴불견”이라며 통바지를 착용한 청년들을 단속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반바지는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다면서 단속을 하는데 통바지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단속하고 있다”며 “다만 입지 말라고 오금을 박을 뿐(경고를 할 뿐) 홀태바지(통이 좁은 바지)나 반바지를 입었을 때처럼 비판 무대에 세우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수님 바지’로 통하는 통바지는 품이 엄청 넓어 허수아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것이 최고 존엄과 결부되는 것이 불편해 중앙에서 암묵적으로 단속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외에도 김 위원장과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한 청년들도 최근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대학생의 경우 옆머리를 바싹 올리는 것과 함께 웃(윗)머리도 짧게 까는 것을 장려하는데 옆 머리카락은 살이 하얗게 드러나도록 완전히 깎고 웃머리를 많이 기르는, ‘원수님 머리’라고 불리는 이런 머리 모양도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단속 조직은 이런 헤어스타일을 문제 삼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소식통은 “‘원수님 머리’로 부르는 것 자체를 문제로 보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원수님을 따라 해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 정말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장군님 때(김정일 집권시기)는 잠바(점퍼)나 키 구두 등 장군님을 따라하는 것을 그렇게 막지 않았는데 지금은 자제분이 입는 속 비치는 옷(시스루)도 못 입게 하고 원수님이 입는 통바지나 가죽 잠바도 못 입게 한다”며 “원수님 머리 형태까지도 통제하는 것을 보면 백두혈통을 인민들과 분리하려는 것 같다고 뒤에서 수군대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