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출 효자 상품 들쭉, 올해는 역으로 中서 수입…왜?

들쭉 가공품 대량 생산 지시에 원료 부족해지자 정식 수입…마진 안 남는데 생산에 사활 걸어야

들쭉수확
양강도 백두산청년들쭉사업소의 일꾼들과 종업원들이 들쭉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오늘’ 홈페이지 화면캡처

최근 북한이 중국산 들쭉을 대거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들쭉을 원료로 하는 술이나 음료를 대량 생산하라는 당국의 지시에 중국산을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대량의 중국산 들쭉이 혜산세관을 통해 정식으로 수입돼 양강도 내 들쭉 관련 제품 생산 공장들에 유입되고 있다.

들쭉은 백두산 일대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북한에서는 양강도 혜산에서 특히 많이 생산된다. 이 때문에 양강도에서는 해마다 8~9월이면 기관·기업소, 인민반 등을 동원해 들쭉 수확에 나서고 이를 중국에 수출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삼지연시 현지지도 이후 들쭉 가공 제품 생산을 확대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오면서 국내산 원료 부족 현상이 빚어져 최근에는 오히려 북한에서 중국산 들쭉을 수입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삼지연 방문 때 ‘관광객을 위한 급양봉사시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들쭉과 같은 특산물을 원료로 하는 가공제품을 대량 생산해야 한다’는 원수님(김 위원장) 말씀이 있었는데, 이후 내각이 들쭉 가공공장들에 제품 생산 증대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해당 지시에는 ‘한 분기 생산 목표를 두 달 안으로 앞당겨라’라는 주문이 담겨 있었으며, 양강도에서 수확되는 들쭉만으로는 이를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 결국 중국산 들쭉 긴급 수입이 이뤄진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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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국산 들쭉 가격이 비싸 이를 원료로 한 가공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마진을 남기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 북한이 중국에 중국에 수출할 때 1kg에 13위안(한화 약 2400원)을 받았지만, 현재 중국에 kg당 28위안(약 5200원)을 주고 들쭉을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원료가 비싸 이익을 남기려면 가공제품 가격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높게 책정해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값비싼 중국산 원료로 가공제품을 생산해 내놓는 것은 여러모로 비합리적인 일이지만, 일단 당장 원수님의 말씀 지시를 관철해야 한다는 점에서 들쭉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북한의 주요 국가 기관들은 국가적인 기념일에 명절용 물자로 간부들에게 공급할 들쭉술 등을 공장들에서 국정 가격으로 사가기 때문에 들쭉 가공공장들이 수익을 내기가 더욱 어렵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내달 9·9절(북한 정권수립일)과 10월 10일 당 창건일이 되면 당 기관들이 들쭉 제품을 거의 공짜로 가져가기 때문에 많이 생산해도 공장에 이윤이 남지 않는다”며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시를 관철해야 하니 생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