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 들먹이며 올해 알곡 생산 계획 달성 강조

침수 피해에도 계획은 변동 없다며 농장별 작황 보고 지시…"농사라고 피해 안 봤겠나" 빈축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논벼 비배관리에 힘을 넣어야 한다”라면서 황해남도 장금농장을 조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함경북도가 폭우로 인한 농작물 침수 피해에도 농작물 관리에 최선을 다해 올해 알곡 생산 계획을 달성할 것을 강조하면서 현재 작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29일 “함경북도 농촌경리위원회는 이달 중순 도내 모든 시·군의 농업경영위원회들에 현재 농장들의 작황 실태를 정확히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번 지시는 가물(가뭄)이나 큰물(홍수) 피해에도 국가 알곡 생산 계획은 변동 없이 추진될 것임을 각인시키려는 의도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 농촌경리위원회는 이번 지시에서 6월 말~7월 초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당시 농업 부문에 제시된 과업과 당의 결정을 관철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장별 중간 소출을 이달 말까지 집계·평가해 제출하고, 올해 알곡 소출 계획을 초과 달성할 각오로 논벼 비배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특별히 도 농촌경리위원회는 이것이 도의 방침이 아닌 내각 농업위원회의 방침이라는 점을 언급해 농업 부문 일꾼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그런가 하면 도 농촌경리위원회는 군량미와 나라의 쌀독을 채우기 위해 농민들이 가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선동·독려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도는 올해 따라 비상 군량미까지 다 써버릴 정도로 나라의 쌀독이 텅텅 비어있어 이를 채우려면 허리띠를 또 한 번 더 조여야 할 판이라면서 전쟁 시기 나라의 알곡 생산에 이바지했던 주민들처럼 올해 농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도 농촌경리위원회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단어까지 꺼내 들었다고 한다. “올해 또 고난의 행군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다면서 농장들에서는 다시 한번 고난의 행군을 한다는 각오를 가지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에 대해 농장의 관리 일꾼들은 ‘지금도 충분히 고난의 행군인데 거기에 또 고난의 행군을 강조하면 농장원들이 자꾸 반항적인 말만 하게 되고 국가를 비난하는 원인으로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농장 일꾼들은 “지금 온 나라가 수해로 난리인데, 농사라고 어찌 피해를 안 봤겠나”, “큰물 피해에도 알곡 생산 계획은 무조건 달성하고 심지어 초과 달성할 각오로 나서야 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며 현장의 실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과만 독촉하는 방침에 빈축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 앞서 북한 매체는 7월 19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개최된 사실을 보도하면서 “참석자들은 농업생산력을 늘리는 데 계속 큰 힘을 넣을 것에 대한 당의 의도에 맞게 당면한 영농공정수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재해성 이상 기후의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올해 알곡 생산 목표를 무조건 점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