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중국에 파견돼 있는 자국 노동자들에게도 수해 복구 지원 명목의 헌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데일리NK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달 초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무역회사들에 수해 복구 지원을 위한 현금을 상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의류, 수산물, 전자제품 가공공장 등 중국 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과제가 내려진 상태다.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 위치한 한 의류 가공공장의 노동자들은 이달 지급해야 이달 지급받을 월급 중 생활비 500위안(한화 약 9만 3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모두 당국에 헌납하게 됐다.
이 공장의 북한 노동자들은 2500~3000위안(약 46~55만원) 사이의 월급을 받고 있는데, 이달 임금의 80%를 당자금,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비, 수해 복구비 등으로 바치게 된다는 얘기다.
본보는 앞서 러시아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러시아에 파견돼 있는 북한 노동자 1인당 70달러의 수해복구 비용 헌납 지시가 하달됐다고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에게도 수해 복구 명목 ‘헌납’ 요구)
러시아의 경우 모든 노동자에게 일괄적으로 1인당 납부 비용이 명확하게 명시됐지만, 재중(在中) 노동자들에게는 얼마를 내라는 비용이 명확하게 제시되지는 않았다.
노동자를 관리하고 있는 각 무역회사가 개별적으로 수해복구 비용을 헌납하는 것이어서 북한 노동자들이 채용돼 있는 공장별로 납부 비용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자를 관리하는 북한 무역회사들은 총액으로 서로 간에 충성 경쟁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식비 등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월급을 수해 복구 지원 명목으로 헌납할 것으로 점쳐진다.
비교적 노동자들의 입장을 배려하는 무역회사에서는 조금 더 많은 돈을 노동자들 몫으로 남겨주겠지만 거의 모든 무역회사가 충성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아 최소 생활비만 남겨두고 모든 임금을 수해복구비로 헌납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일부 무역회사는 당국에서 일괄적인 현금 상납 지시가 내려올 때 ‘평양에서 내려온 과제’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월급을 거두면서 일부 현금을 간부들 몫으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500명을 관리하는 무역회사가 1인당 2000위안을 징수한한다고 가정하면 100만 위안(한화 1억 8000만원)의 거금이 마련되는데, 일부 무역회사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부를 빼돌려 착복한다는 얘기다.
수해복구비 명목으로 당국에서 헌납 과제가 하달됐다는 소식에 중국 현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최소 생활비만 제하고 모든 월급을 ‘차압’한다는 결정에 간부들의 횡령을 의심하고 있다.
소식통은 “차라리 위에서 수해 복구 비용을 정확히 얼마로 내리 먹이면 좋을 텐데 정해진 금액이 없이 최대한 많은 금액을 내라고 하니 말단에 있는 노동자가 실제로는 얼마를 수해복구 지원금으로 내는지 알지도 못하고 그냥 부담만 떠안는 것”이라며 “그러니 노동자들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