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관련 영상 보다가…러시아 파견 北 노동자 강제귀국

탈북민 관련이나 파견 노동자 삶 다룬 영상 특히 민감하게 봐…걸리면 본국으로 강제 송환

/그래픽=데일리NK

탈북민이나 해외 파견 노동자 관련 영상을 시청하다 적발된 러시아 내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는 경우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해외에서의 외부 정보 습득은 체제 위협 요소라는 판단에 따라 강경 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볼고그라드에 파견돼 일하던 20대 후반 박모 씨가 휴대전화로 몰래 영상을 시청하다 발각돼 20일경 강제 귀국 조치 됐다.

앞서 지난달 중순경에는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일하던 30대 중반의 김모 씨가 작업장 기숙사에서 몰래 휴대전화로 영상을 시청하던 중 보위원에 포섭된 정보원에 의해 신고돼 체포됐고 이달 초 조기 귀국 조치를 당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 내 탈북민 관련 소개 편집물이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영상을 시청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조선(북한)은 러시아에서 탈출해 한국으로 간 경우든 일반 탈북민이든 이들의 자유로운 생활 정보가 근로자들의 탈출 시도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른 외부 영상물은 조금 봐주기도 하지만 이와 관련된 영상물 시청은 가차 없이 처단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영화나 연속극 등은 오히려 가볍게 처리되고 작업장 이동 처분 등 재생의 기회를 주는 경우도 많지만, 탈북민이나 해외 파견 근로자 관련 영상을 시청한 건 이전과 다르게 처벌 도수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해외 파견 노동자들 휴대전화로 뉴스 접할까 ‘전전긍긍’)

실제 지난 5월 말 북한 당국은 모든 해외 파견 근로자에 대한 인터넷 사용 및 외부 동영상 시청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데 대한 ‘1호(김정은 국무위원장) 방침’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침에는 ‘문제를 일으킨 자들은 즉시 귀국 조치하는 시범(본보기)을 보여줘라’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전언이다.

이후 러시아 현지에서는 ‘조국을 배신한 자들에 관한 영상을 보는 경우 국가에서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체포되면 바로 정치범으로 분류된다’며 노동자들에게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또 지난 6월 국가보위성은 후속 조치로 해외 파견 근로자들의 인터넷 사용 기록, 휴대전화 검색 기록, 특정 사이트 접속 기록 분석이나 우회프로그램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자를 각 지역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노동자들 가운데 정보원을 더 많이 두고 수시로 교체하게 하는 한편, 정보원들이 외부 동영상 시청 활동을 신고하면 포상하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러시아 파견 노동자 탈북 막겠다며 상호 감시 강화했더니…)

소식통은 “조선 노동자들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고 매일 때와 장소 없이 수시로 불의에 검열이나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검색 기록 추적 같은 건 러시아 측과도 협력이 너무 잘돼 쉽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감시와 처벌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은 외부 세계와 노동자들이 연결되는 걸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 지속해서 여러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영상을 보거나 탈북 정보 검색을 시도하다가 가족까지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근로자들이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