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상호 감시 체계를 강화하면서 노동자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29일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된 군(軍) 출신 북한 건설 노동자 작업반에서는 일주일에 2~3차례씩 과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싸움이 시작되면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달려들어 말리지만, 극도의 흥분 상태이다 보니 당사자들은 물론 말리는 사람까지 다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같은 작업반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끼리 몸싸움이 자주 벌어지는 이유는 최근 노동자들이 서로를 감시하면서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일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본래 북한 당국은 해외에 노동자를 파견할 때 노동자들의 반사회주의 행위를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무역회사마다 보위부 간부 1명씩을 파견하는데, 최근 북한 당국이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의 이탈 행위를 철저하게 차단하라는 지시를 하달하면서 보위지도원들의 활동이 강화됐다고 한다.
보위지도원들은 작업반마다 동료들의 언행을 보고하는 ‘스파이’를 심어 놓는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소식통은 “3명이 모이면 그중 1명은 반드시 보위부 스파이”라며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동지라고 믿고 술자리에서 힘든 마음을 얘기했다가 이 내용이 몰래 보고돼 비판 대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실제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돼 일하는 한 건설 노동자는 최근 술자리에서 믿을 만한 동료에게 ‘요즘 작업이 너무 힘들다. 괜히 해외에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했다가 이 내용이 보위지도원에게 보고돼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노동자가 자신의 발언을 밀고한 동료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서 격분해 해당 동료에게 주먹을 휘둘러 난투극이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노동자는 같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와 말을 섞은 것이 보위지도원에게 보고돼 비판을 받았다. 이 노동자 역시 자신을 밀고한 것으로 유력시되는 동료와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 작업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았다거나 일이 너무 힘들다는 사소한 불만도 동료에 의해 상부에 보고돼 비판받게 되면서 식사 시간에도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을 정도로 작업반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은 상황이라고 한다.
상호 감시와 밀고로 인한 노동자들 간의 갈등은 특정 지역, 특정 작업반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니라 여러 지역의 러시아 파견 노동자 작업장마다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게 소식통의 얘기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상호 간 감시를 강화했지만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자 오히려 작업장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보위부 스파이들로 인해 작업반이 완전히 분열된 상태인데 이렇게 가다간 무더기 탈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