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허가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통해 해외 정보를 접하거나 탈북을 시도하는 러시아 파견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17일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러시아 연해주에서는 한 북한 무역회사 보위지도원, 당비서, 노동자 관리 책임자 등 3명의 간부가 새벽 1시경 건설 노동자 숙소에 불시에 들이닥쳐 취침 시간 이불을 뒤집어쓰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던 이들을 그 자리에서 적발하는 일이 있었다.
더욱이 간부들은 한밤중 속옷 차림으로 있던 노동자들을 숙소 바깥에 정렬시킨 뒤 숙소 공동 물품과 개인 소지품 수색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회사 간부들이 취침 시간 숙소에 급습해서 이렇게 검열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적잖이 당황스러워했다는 전언이다.
러시아에서는 길거리에서 50달러(한화 약 6만 9000원) 정도면 중고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고 유심칩만 꽂으면 통화는 물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비교적 쉽게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어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은 대부분 관리 간부 모르게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아 지난달 신규 노동자들을 러시아에 파견할 때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 것을 수차례 교육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지난달에도 러시아에 노동자 파견…휴대전화 사용 엄금)
소식통은 “러시아에서의 건설 노동이 워낙 힘들어 북한 노동자들 대부분은 휴대전화를 마련해 이를 몰래 소지하고 밤에 이불 속에서 유튜브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고 했다.
이렇게 휴대전화로 몰래 유튜브 영상이나 뉴스를 보다 적발된 노동자들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 노동 강도가 세고 벌이가 적은 콘크리트 타설 현장으로 작업장을 옮기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콘크리트 타설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날씨에 따라 작업을 할 수 없는 날도 많아 러시아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큰돈을 벌 수 없는 작업으로 인식돼 있다. 이에 콘크리트 타설 현장으로 가라는 무역회사의 명령은 나름의 ‘혁명화’(강제 노역과 사상교육 등의 북한식 처벌 조치)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특히 무역회사들은 앞서 ‘휴대전화 소지 사실이 발각될 경우 곧바로 귀국 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정작 실제로는 작업장을 이동시키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는 북한 노동자들을 귀국 조치할 경우 간부들도 노동자 관리 소홀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은 “평양에서 노무자들이 해외에서 외부 정보 접하지 못하게 하라고 무역회사들을 워낙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보니 자체적으로 이렇게 불시에 단속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단속하는 간부들도 수하에 있는 인력들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평양에 보고하긴 어렵기 때문에 이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