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우리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은 대북전단을 실어 온 풍선의 질이 좋다며 이를 장마철 지붕 보수에 활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8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태탄군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집 근처 나무에 풍선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낫으로 풍선을 터뜨려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해당 풍선에는 달러나 USB 등은 전혀 없었고, 북한 당국을 비난하는 대북전단만 가득 들어 있었다고 한다.
내용물을 확인한 이 주민은 즉시 전단을 모두 소각했으며, 풍선만 가져다 이를 장마철 방수용 비닐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여기(북한) 사람들은 풍선을 발견하면 내용물은 대부분 바로 소각하고 풍선만 가져다 지붕 물 새는 곳을 덮는 용도로 쓰거나 농사용 비닐로 활용하고 있다”며 “삐라가 담긴 풍선은 2~3년 정도는 거뜬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질이 좋아 주민들이 몰래몰래 쓴다”고 말했다. 북한에 비닐이 부족하다 보니 풍선을 가져다 재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대북전단을 임의로 꺼내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발견 즉시 손도 대지 말고 자신이 속한 상급 조직에 곧장 보고하라는 게 북한 당국의 지침이다. 다만 발견 사실을 상급에 신고하면 신고자로 조사를 받아야 해 이를 귀찮게 여기는 주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소식통은 “비행물을 감시하는 초소들이 많지만 일일이 감시하는데 한계가 있어 가끔 마을 산기슭에 걸린 삐라 풍선을 주민들이 발견하기도 한다”며 “신고하면 신고자로 조사를 받는 게 시끄러우니(귀찮으니) 알아서 소각하는 편이 최선”이라고 했다.
북한 당국은 우리 민간단체들이 날려보내는 대북전단, 풍선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나 세균이 묻어 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려 주민들의 접촉을 차단하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당국의 이런 흑색선전을 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딸라(달러)는 스리슬쩍 숨기고 남조선(남한) 영화나 드라마가 담겨 있다는 메모리(USB)는 소지하면 위험하니 대부분 전단과 함께 소각한다”며 “반면 풍선은 사용할 곳이 많으니 이를 발견하면 횡재했다고 보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우리 민간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은 황해남도 옹진·태탄·강령·용연·연안·배천군 등의 해안에 떨어지는 일이 많다.
이와 관련해 앞서 14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국경 부근과 일부 종심지역에서까지 또다시 더러운 한국 쓰레기들의 삐라와 물건짝들이 발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황해북도 장풍군과 그 인접의 17개 장소에서 더러운 오물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쓰레기들은 이 치졸하고 더러운 장난질을 그치지 않고 있다”며 “한국 것들은 곤혹스러운 일에 지치게 될 것이며 마땅히 더러운 짓을 한 대가에 대하여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