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수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은 정상회담 전에도 러시아에 신규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달 초에도 신규 노동자 수백 명을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송출했다.
신규 인력은 군인 건설 노동자로, 이들 중 대다수는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기 이전인 2020년 1월 전 러시아에서 노동자로 일하다가 귀국했던 인원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20대 중후반의 하전사로 러시아에서 건설 노동을 하며 의무 복무를 했던 이들이 군 복무를 연장하고 부사관급 군 간부로 러시아에 재파견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말단 노동자였지만, 지금은 하전사 노동자들을 팀원으로 둔 소그룹의 책임자나 러시아 대방(무역업자)들과 연계해 일감을 따오는 ‘청부생’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의 현재 계급은 초기 하사나 중사이며,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모두 결혼하고 자녀가 한 명 이상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탈북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족을 본국에 볼모로 잡아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북한 당국이 이미 파견된 경력이 있는 인원들을 재파견한 것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줄이고 비교적 빠르게 외화벌이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책임자나 청부생으로 러시아에 파견될 경우 말단 노동자들과 달리 1년에 1만 달러가량을 벌 수 있어 군 간부들의 러시아 파견 선발 경쟁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 당국은 한번 파견된 경험이 있는 인원일수록 휴대전화를 이용해 외부 정보를 접하거나 탈북을 시도하기가 쉽다는 점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선발 과정에서부터 철저한 사상검증을 거쳤고, 선발 이후에도 여러 차례 사상교육을 받는 한편, 러시아 도착 이후에도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와 사상교육을 지속해서 받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이 속한 무역회사에서는 대방과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인터넷을 하다가 적발되면 벌어 놓은 돈을 몰수하고 그 즉시 본국으로 귀국 조치할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에도 러시아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인터넷 사용을 갈망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러시아의 경우 길거리에서 50달러(한화 약 6만 9000원) 정도면 중고 휴대전화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유심칩만 꽂으면 통화는 물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책임자급 노동자들은 물론 하전사들도 건설 현장에서 만나는 러시아인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게 부탁해 휴대전화를 마련하곤 한다.
이렇게 러시아 파견 건설 노동자들은 휴대전화를 몰래 사서 숨겨놓고 있다가 취침 시간에 한국 뉴스나 드라마를 보고 대중가요를 듣곤 한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인터넷을 한번 사용해본 사람들은 인터넷이 되는 휴대전화에 대한 갈급함이 엄청나다”며 “총과 칼로도 이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