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난에 北 남성 음주 문화도 달라져…밖에서 조촐하게 한 잔

한 집에 우르르 몰려가 술 마시는 문화 사라져…상차림 바빴던 아내들 "남편들 180도 달라져"

북한 시장에서 팔리는 주류. /사진=데일리NK

북한 주민들의 생활난이 심화하면서 남성들의 음주 문화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9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최근 함흥시에서는 생일 등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무리 지어 술을 마시러 다니는 남성들을 보기 드물다”면서 “이제는 한 집에 모여 술을 마시는 문화가 거의 없어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전에는 남성들이 평소에도 하루 일이 끝나면 한 집에 3~5명씩 몰려가 술판을 벌이곤 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3시간이 넘도록 앉아서 수다를 떨고 아내들이 차려주는 저녁상까지 받아먹는 게 일상이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술값과 밥값은 으레 집주인들이 부담했는데, 술안주가 변변치 않으면 남편들은 아내들에게 ‘외상을 해서라도 거리를 구해와 안주를 내놓으라’며 다그치는 일도 빈번했다.

이런 실정으로 아내들은 ‘집 형편을 잘 알면서 왜 자꾸 손님을 끌어들이냐’, ‘그 돈이면 자식들 맛있는 거 사 먹이거나 살림에 보태겠다’, ‘세대주가 돼서 언제 철이 들겠냐’ 등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였고, 이로 인해 부부싸움이 일어 가정불화가 생기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끼니 해결도 어려울 만큼 극도의 생활난을 겪는 세대가 많아지면서 남성들이 우르르 몰려가 한 집에 모여 술을 마시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전에는 남자들이 집에 당장 먹을거리가 없어도 손님을 끌어들이고 대접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손님 자체가 대접받는 것을 원치 않아 빨리 자리를 떠 여자들이 상 차릴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어려운 생활 형편을 서로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눈치 없이 방문한 집에 자리를 틀고 앉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신 이제는 남성들이 거리 매대에서 술 한 잔씩만 조촐하게 마시고 귀가하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금은 집에 모여 술 마시지 않고 밖에서 한잔씩 마시고 헤어지는 추세”라며 “그래서인지 전에는 술 판매도 한 병씩 했지만, 지금은 반병씩 팔기도 하고 고뿌(컵)로도 판매한다”고 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지금 아내들은 ‘집식구들이 밥을 먹었는지 굶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손님 대접에만 신경 쓰던 남편들이 이제는 180도 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밖에서 술 마시면 물론 돈이 나가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 손님이 찾아와 술상이며 밥상이며 차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게 아내들의 반응”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반 주민들과 달리 북한의 간부들이나 돈주들은 여전히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거하게 상을 차리거나 식당에서 부족함 없이 음식을 시켜 대접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간부나 돈주들의 손님들은 대부분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특별한 음식이나 고급술을 대접하는 등 정성을 다한다”면서 “일반 주민들의 문화와 간부·돈주들의 문화는 현저히 다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