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 배지(badge) 첫 공개가 갖는 의미

‘김정은 초상휘장’ 착용한 북한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조선중앙TV는 6월 30일 노동당 제8기 10차 전원회의 2일차 소식을 보도하면서 회의에 참석한 당 간부들이 왼쪽 상의에 ‘김정은 초상휘장(배지)’를 부착한 모습을 공개했다.

의미

북한은 상징조작·우상화를 제1 기반으로 하는 세습 독재 체제이다. 따라서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배지는 직장과 가정(초상화), 옷(배지) 등 주민들의 삶과 늘 함께하고 있는 핵심 상징물이다.

그런데 김일성·김정일 초상을 함께 모신 배지(이른바 ‘쌍상’)가 있어야 할 곳에 김정은 단독배지가 대신하여 있는 것이 최초로 확인되었다.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김정은이 그간 조심스럽게 추진해 온 《탈(脫) 선대-완전 홀로서기》의 마각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주요 경과

김정은은 집권 이후 정통성 보완을 위해 ▲외양적으로는 김일성 벤치마킹(체형, 복장, 연설 등)을 통해 백두혈통 계승성을 강조하며 체제를 운영해 왔으나 ▲그 이면(裏面)에서는 리영호·장성택 등 김정일 지명 후견인 조기 숙청, 부인·딸 공개행사 대동, 당 조직 정상화, 막가파식 핵개발 등의 탈(脫) 김정일 동향을 보여 왔는데 이번에 탈(脫) 김일성·김정일까지 나아간 것이다.

특히 북한이 올해 들어 선대와의 차별화를 통한 김정은 띄우기를 보다 근원적·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주목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①‘2개국가론’ 선언 ②당중앙간부학교 신축·이전 과정에서의 맑스-레닌 재소환과 김정은 초상화 부착 ③김일성 관련 행사 축소 ④김정은 배지 보급 등을 들 수 있다.

첫째, ‘2개국가론’은 북한의 79년 대남전략전술을 합작·무력 통일 → 대적·무력 편입으로 180도 바꾸는, 즉 김일성-김정일 노선을 완전히 부정하는 코페르니쿠스적 대변혁이다.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파괴나 최근 추진 중인 군사분계선 방벽 작업은 그 상징적 액션이다.

둘째, 북한은 2020년 2월 2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일성고급당학교 부정부패 사건을 총화한 후 학교 당위원회를 해산시켰으며, 급기야 2021년에는 학교명을 아예 당중앙간부학교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올해 5월에는 당중앙간부학교를 신축하여 이전하였는데 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공식화 이후 사라진 맑스-레닌의 초상화를 재부착하고 김정은 초상화를 선대 초상화와 함께 나란히 부착하였다.

맑스-레닌의 초상화 부착은 자신이 선대 주체사상뿐 아니라 정통 공산주의로 승부를 걸겠다는 결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어 상대를 죽인다)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초상화를 함께 걸은 것도 이제 자신이 선대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조치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 ‘김일성-김정일 들러리, 김정은 주연’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도 있다.

셋째, 북한은 올해 들어 김일성 관련 행사를 취소 또는 축소하였다. 지난 2월 이른바 ‘꺾어지는 해’(5·10주년)를 맞이한 온사회의 김일성주의화 강령선포 50주년 및 김일성의 농촌테제발표 60주년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하지 않았으며, 김일성 생일 기념 112주년 행사는 명칭을 ‘태양절’에서 ‘4·15’로 변경하여 진행하였다.

넷째, 이번 당 제8기 10차 전원회의는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2개국가론’을 완전 셋팅(setting: 새 국경선 설정, 민족·통일을 강조하는 선대노선 수정 등)하는 중요한 계기이다. 이 같은 시점에 김정은 단독배지를 착용토록 한 것은 “이제부터 김일성·김정일이 아닌 ‘자신의 독자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을 내외에 공개 천명하려는 저의가 내포되어 있다.

전망

김정은은 집권 13년차를 맞아 홀로서기(자신이 ‘새로운 태양’) 승부수를 연이어 던지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내-대남-대외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2개국가론’에 기초한 것이지만, 푸틴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사실상의 동맹조약’을 체결한 것이 큰 뒷배(자신감)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향후 북한은 김정은 초상(肖像) 및 우상물 보급 확대, 생일 국가기념일 지정 등의 독자 우상화를 강화하면서 2개국가론, 인민대중제일주의, 새로운 당건설 5대 사상(정치-조직-사상-규율-작풍 건설) 정식화 및 확산을 통해 김정은이 선대를 뛰어넘는 탁월한 사상이론가, 세계적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 선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김정은 출생의 비밀, 반인륜적 통치행태 등을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입체적으로 전개해 나감으로써 《김정은 연출의 21세기 트루먼 쇼》의 막을 서서히 내리게 해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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