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10년 넘게 산 탈북민들에 ‘임시거주증’ 발급…반응은?

발급받으려면 공안에 개인정보 밝혀야 해…"북에서 요구하면 잡아들여 북송시킬 수도" 우려

투먼 양강도 지린성 국경 마을 북한 풍서 밀수 금지
2019년 2월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이곳은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과 마주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일부 지역 공안이 10년 넘게 중국에서 산 탈북민들에게 ‘임시거주증’을 발급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최근 허베이성의 한 지역에서 탈북민 몇몇이 공안으로부터 임시거주증을 받았다”면서 “임시거주증을 받은 탈북민들은 중국에서 10년 이상 생활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중국 내 탈북민들 사이에서 ‘이민권’ 또는 ‘임시거주권’으로 불리는 임시거주증을 받으려면 해당 지역의 파출소를 찾아가 직접 발급을 신청해야 하고, 10년 이상 중국에 살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달 초순 후베이성에서 10년 넘게 거주한 한 탈북민이 평소 가까이 지내던 중국인을 보증인으로 내세워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의 관할 파출소에서 임시거주증을 발급받았다는 전언이다.

그는 중국인의 보증에 더해 중국인과의 사이에서 11살 된 자식을 두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아 임시거주증을 받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임시거주증은 A4 용지 크기의 종이에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사는 곳 등 개인 정보와 공안의 도장이 찍혀있는 형태로 발급되며 1년마다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거주증을 받은 탈북민들은 중국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국외로의 이동은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한다.

다만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공안의 임시거주증 발급 목적과 의도를 의심하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탈북민들은 ‘임시거주증을 발급해준다면서 우리의 개인 정보를 알아내고 가지고 있다가 조선(북한)에서 요구하면 잡아들여 북송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차라리 자유롭게 다니지 못할지언정 이를 발급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임시거주증이 있더라도 이동할 때 주요 길목 초소에서 검열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고, 그렇게 되면 어느 곳으로 이동하는지 목적지와 경로 등을 다 밝혀야 해 사실상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도 않는다는 불만도 있다. 어차피 위치 정보가 다 수집될 텐데 임시거주증을 매년마다 재발급해야 하는 번거로움만 남는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임시거주증을 발급해주는 것에 나쁜 의도가 숨어 있다고 여기거나 어차피 발급받으나 마나 통제되고 감시받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아예 발급을 받지 않으려는 탈북민들이 더 많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 30대 탈북민은 “우리를 난민으로 인정해 주지도 않고 강제 북송시킨 중국이 우리에게 편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일”며 “우리가 마음 놓고 살길은 안전하게 한국으로 가는 것뿐인데 이는 너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어 답답한 마음”이라고 속마음을 터놓았다.

소식통은 “여기 탈북민들은 중국 정부가 신분증을 제공해주기 전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북송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니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가는 안전한 통로가 열리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