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제14기 제10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방발전 20×10 정책’이라는 새로운 역점 사업을 발표했습니다. 매년 20개 시·군에 현대화된 지방공업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인민들의 물질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겠다는 것인데요. 이후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북한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데일리NK는 북한의 이러한 시도가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

북한 당국이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시행한 이후 지방 무역이 눈에 띄게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수입이 증가하면서 북한 지역 시장들도 다소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이런 분위기가 자칫 국가 중심의 통제 무역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을까 우려하며 쉬이 고삐를 놓지 않는 모습이다.
25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지방의 무역량이 양적으로 증가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코로나 이전 북중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양강도와 함경북도에서는 상당히 활기찬 무역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활발한 무역 분위기가 직접적으로 포착되는 곳은 바로 시장이다. 지난 3월 이후 시장 매대에는 코로나 시기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수입 물품이 깔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국경봉쇄가 강화됐던 때에는 수요의 우선순위가 식품류에 집중되면서 수입 식료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수입산 공업품은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산 학용품은 물론 휴대전화 충전기, 이어폰 같은 전자제품도 시장에서 살 수 있게 됐다.
지방 무역 상황에 정통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방발전 정책으로 올해 말까지 공장을 현대화해야 하니 설비에 필요한 기계와 자재들이 많이 수입되고 있다”면서 “무역업자들이 자재를 들여오면서 개인 장사꾼의 위탁물이나 작은 기업소의 부탁 물자를 함께 들여온다”고 했다.
지방발전 20×10 정책 발표 이후 지방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재와 기계류 수입이 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때 무역회사나 업자가 별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위탁 물자들이 함께 반입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북한 당국은 최근 지방 공장 건설과 관련한 수입 활동에 나서는 경우 무역회사에 편의나 혜택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14일 전국 도(道) 무역관리국에 지방발전 20×10 정책과 관련한 무역 거래의 경우 수입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혜택도 제공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만큼 북한 당국이 지방 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북한 당국이 지방발전 20×10 정책과 관련해 지방 무역회사들에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가 중심의 무역 통제 정책이 무력화된 것은 아니라는 게 소식통들의 말이다.
무역 허가를 받은 무역회사나 개인은 지방 공장 건설과 관련된 수입 활동을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일단 무역 허가를 받는 과정이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무역에 나서려면 중앙당 경제부, 대외경제성, 국가보위성 세관지도국 등의 기관별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도 와크(무역허가증)를 새로 신청해 승인받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무역 참여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인 것은 국가의 유일적 무역지도 체계를 유지하면서 하부 무역 단위의 밀수 등 불법 행위가 만연해지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평양 소식통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이 시작된 후 무역 부문에 대한 검열이 시행되면 상당히 강하게 진행된다”며 “최근에도 무역 간부 처형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달 초 평양시, 평안남도 평성시, 황해남도 해주시 등에 위치한 무역회사에서 검열이 이뤄졌고 상당히 높은 직위의 간부들이 ‘국가재산탐오낭비죄’ 등의 죄목으로 해임·철직 및 처형됐다.
이렇게 한 번씩 강력한 검열과 처벌이 이뤄진 후에는 무역회사들의 수입 활동이 위축되고 국가의 무역 조치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잦아든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지방 무역의 활성화를 꾀하면서도 중앙의 통제나 검열을 강화함으로써 느슨해진 무역 부문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방발전 20×10 정책 시행 후 지방 무역회사의 수입 허가권이 다소 확대되고 있음에도 수출권은 철저히 중앙의 대형 무역회사에만 집중되고 있는 점은 최근 북한 무역 동향의 특이점 중 하나로 꼽힌다.
지방의 한 무역일꾼은 “지방에서 수입이 활발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자금을 가져다가 물건만 들여오는 상황이라 외화를 직접 벌어올 수 없다는 게 답답하긴 하다”고 말했다. 지방 공장 건설과 관련한 수입은 허용되지만, 광물이나 특산물 등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약초나 임가공품 등이 작은 부업선으로 밀수출되고 있긴 하나 와크를 받고 활동하는 무역회사가 공식적으로 사업에 나서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는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와 직결된 수출 활동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평양 소식통은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국가의 무역 통제가 자주 이뤄진다”며 “적어도 새로운 국가 계획이 발표되는 9차 당대회 전까지는 국가가 지방 공장 건설에 필요한 기계나 자재를 수입하는 일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겠지만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통제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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