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방북을 앞두고 “(북한과)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공동 대응하고 경제적·정치적 협력 강화를 강조한 셈이다. 이 칼럼에서는 푸틴 방북에 대해 분석하려 한다.
우선 말해야 할 점은, 소련 또는 러시아 지도자들 가운데 북한을 방문한 적 있는 사람은 푸틴 대통령뿐이었다. 소련 공산당 총비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없다. 1959년에는 니키타 흐루쇼프의 북한 방문이 준비됐었지만 결국 취소됐다. 푸틴 대통령 자신도 2000년 여름에 집권 직후 북한을 방문했으며, 그 후 24년 동안 방북한 적이 없었다.
북한 지도자들의 방소와 방러 기록은 빈번하며, 특히 김일성은 소련에서 1940년부터 1945년까지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소련을 방문했다. 그는 1946년, 1949년, 1950년, 1952년, 1953년, 1955년, 1956년, 1959년, 1961년, 1966년, 1984년, 그리고 1986년에 소련을 방문했으며, 1980년에는 유고슬라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티토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 소련 지도자 브레즈네프와도 상봉했다.
소련에서 태어난 김정일은 어린 시절을 고향에서 보낸 후, 1945년에 어머니 김정숙과 함께 북조선으로 갔다. 그는 1959년에 아버지 김일성과 함께 고향을 방문했으며, 2001년, 2002년, 그리고 2011년에는 사망하기 직전에 러시아를 방문했다.
김정은은 2019년과 2023년에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
물론, 푸틴의 두 번째 방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배경에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군의 침공에 포탄을 공급했고, 러시아의 포병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매체들은 푸틴의 방북에 매우 큰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이다. 이는 푸틴과 김정은 양측에게 중요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들의 발언과 주장, 연설은 전 세계가 주목할 것이기 때문이다.
푸틴의 방북이 진행되면 그는 평양 해방탑을 방문하고 헌화하게 될 것이다. 행사에서 푸틴은 “조선의 해방을 위해 싸운 소련군과 조선의 애국자들”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 애국자”라는 용어는 주로 러시아 외교적 맥락에서 사용돼왔다. 이 용어는 1967년부터 북한이 “김일성 장군님의 조선인민혁명군이 조국을 해방했다”고 주장할 때 등장한 것이다. 실제로 1945년의 소련-일본 전쟁에는 “조선인민혁명군”이라는 구성은 없었으며, 조선 출신 투사들이 소련군과 함께 참전한 사례도 없었다. 그런데도 러시아 측은 이 용어를 통해 북한 지도부와의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또한 마체고라 대사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대사관 건물에 붙어 있는 안드레이 카를로프 대사의 양각 초상화 앞에도 헌화할 가능성이 높다. 카를로프 대사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북한 러시아 대사를 맡은 후, 2016년 터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부터 살해됐다. 마체고라 대사는 전임자인 카를로프 대사를 숭고히 여기며 그의 희생을 경의로 표현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러한 기회를 통해 “러시아는 극단주의 세력의 적”임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변수로 기억해야 할 것은 6·25전쟁 기념일이다. 북한은 항상 ‘북침설’을 주장하며 6월 25일을 ‘반미, 반괴뢰 투쟁’의 날로 기념한다. 북한 측은 푸틴에게 행사 참가를 요청할 수도 있다. 푸틴의 이 행사 참가 여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제2차 북러 정상회담의 주제는 명확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출처와 증거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대규모로 탄약을 공급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연료와 식료품을 받고 있다. 또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항공기와 미사일 기술을 얻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미 정보기관들도 이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으며, 북한 대표단들이 러시아 방문 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필자가 알기로는 2024년 5월 북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대표단이 모스크바 항공 대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분야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요청을 수락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북한은 여전히 수긍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북한의 외교 전략은 주로 ‘살라미 전술’을 사용한다. 이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전략을 의미한다.
물론 북러 정상회담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만, 양측의 목표를 살펴볼 수는 있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푸틴의 주요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러시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다른 국내외 문제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따라서 푸틴의 주요 목표는 ‘전쟁을 위해 가능한 많고 질 높으며 비용 효율적인 탄약을 확보하는 것’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노동자 문제, 관광, 문화 협력과 같은 분야는 이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목표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현재 북한 대외무역의 거의 90%가 중국과 이뤄지고 있어서 이는 북한 입장에서 중국의 지나친 영향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의 최고 목표는 1961년의 ‘북소 동맹 조약’의 부활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러시아와 군사적 동맹을 맺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 현재의 러시아는 소련 시절과 달리 북한과 군사적 동맹을 맺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약이 체결된다 해도 러시아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다. 또한 푸틴은 한러 관계를 너무 악화시키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러 군사 동맹’이 생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러 관계를 분석할 때는 이 관계가 사실상 ‘중북러’ 관계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전에도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거의 자동적으로 중국을 지지했고, 전쟁이 발발한 후에는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 더 의존적이게 됐다.
따라서 북러 정상회담에서 내려질 결정들은 거의 확실히 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입장과 지지는 북한과 러시아가 협력할 수 있는 범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점은 이 정상회담에서 비공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회담이 종료되고 중요한 결정에 대한 보도가 없다면, 그 결정이 반드시 없었다고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 이 경우에는 영미 정보기관의 통보를 참고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지난 2년간 러시아 외교에 대해 가장 정확한 보도를 한 나라는 영국과 미국이기 때문에 그들의 정보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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