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려온 북한이 올해도 경제 제1 목표로 알곡 증수를 내세우며, 5월 말까지 모내기를 완수할 것을 사활을 걸다시피 속도를 내며 독려해왔다. 5월 말로 접어들며 여러 곳에서 일찍 모내기가 끝난 것으로 북한 노동신문에서 보도됐고, 일찍 끝낸 곳에서는 농촌 일손을 밭작물 김매기에 동원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북한 모내기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랜샛-8호 위성영상을 이용해서 2024년 6월 초 모내기 진행실태를 분석했고, 아울러 2018년 코로나-19 역병 발생 이전 상황과 비교해 보았다. 올봄 북한에는 가뭄 보도도 없고, 저수지 수량이 풍부한 가운데, 5월 중순 모내기가 지난해보다 1.7배 정도 빨리, 원활히 진행되는 것으로 필자에 의해 분석된 바 있다(RFA, 5월 20일). 따라서, 이번 6월 초 분석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올해 상황을 비교 분석해 봄으로써 또 다른 의미의 평가를 시도해 보았다.
2024년 북한 모내기 위성영상 분석 결과를 먼저 요약해서 설명하면, 북한 전역 8곳의 표본지를 대상으로 분석한 6월 초 북한 모내기는 69.3%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당초 북한 당국이 제시한 기한인 5월 말을 넘겨 지역에 따라 6월 초~중순까지는 모내기가 지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사태와 극심한 봄 가뭄 등으로 모내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북한이 이후 해마다 개선되는 기미는 보이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19 발병 사태 이전까지는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성영상 확보 및 분석 처리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운영하는 무료 웹사이트(EarthExplorer)에 등재된 랜샛영상 최근 목록에서 올해 6월 1일과 3일 촬영한 것 중에서 비교적 구름 없는 유효영상을 내려받았다. 또한, 코로나-19 이전 상황과 비교하기 위해 2019년부터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검색한 결과, 깨끗한 컬러 영상을 2018년 6월 1일과 3일 영상에서 확보해 분석에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 유럽우주청(ESA)이 운영하는 센티넬 영상(해상도 10m)은 구름이 많은 관계로 쓸 수 없어서 분석에서 제외했다. 2024년과 2018년 랜샛영상은 촬영일이 6월 1일(함경도 지역은 6월 3일)로 같은 날짜인 것으로 확인됐고, 촬영 일자 차이에 따른 영상 간의 오차 없이 모내기 비교분석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편, 랜샛영상은 해상도가 30m로 낮은 편이어서 컬러 영상 시각 효과를 제고하고자 Erdas IMAGINE 전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해상도 정합(Resolution Merge)’ 기법을 적용하였고, 15m로 위성영상 해상도를 증대 처리하였다.
북한 올해 6월 초 모내기 진행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구체적으로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남포시 강서구역 일원 모내기
남포시 강서구역 컬러 위성사진에서 물 댄 논은 짙은 청색을 띠고, 마른 논은 짙은 회색의 어두운 색상으로 나타났다. 북한 곡창지대에 속하는 남포특별시 강서구역 일원의 모내기 상황을 살펴본 결과는 올해 6월 1일 기준 600.3ha 모내기가 진행되어 61.5% 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2018년 같은 날짜에는 70.3%로 모내기가 진행됐고, 6년 전에 비하면 올해는 약 8.8%가 뒤처진 것으로 파악된다.
표 1. 남포특별시 강서구역 일원 모내기 | ||
위성사진 촬영 | 모낸 논 | 마른 논 |
2024.06.01 | 600.3ha(61.5%) | 375.7ha(38.5%) |
2018.06.01 | 686.2ha(70.3%) | 289.8ha(29.7%) |
차 이 | -85.9ha(-8.8%)↓ |
참고로 부언하면, 위성사진을 이용한 모내기 분석에는 수역지수(Normalized Difference Water Index) 분석기법(McFeeters, 1996)을 적용하였다. McFeeters에 따르면, 위성사진 컬러밴드 중에서 수역지수(NDWI) 분석에 Green 밴드와 NIR 밴드를 다음과 같은 수식을 이용해서 분석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연구된 바 있다. 수식을 덧붙이면, ‘NDWI = (Green – NIR) / (Green + NIR)’이다.
◆평양시 순안공항 일대 모내기
평양직할시 순안공항 일대 모내기는 올해 6월 1일 기준, 55.7%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아래 표에서 보듯 2018년 모내기 55.8%와 거의 같은 진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 당국이 제시한 5월 말 기한을 넘긴 시점에서도 이곳 일대 논에서 44.3%에 모내기를 못한 것으로 파악됐고, 6월 초~중순까지는 모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 2. 평양직할시 순안공항 일대 모내기 | ||
위성사진 촬영 | 모낸 논 | 마른 논 |
2024.06.01 | 886.7ha(55.7%) | 704.7ha(44.3%) |
2018.06.01 | 888.7ha(55.8%) | 702.7ha(44.2%) |
차 이 | -2.0ha(-0.1%)↓ |
◆황남 배천군, 황북 사리원시 일원 모내기
황해남도 배천군 일원 논 지역을 위성사진으로 분석한 결과는 아래 표와 같이 올해 6월 1일 70.8%의 모내기 진도를 보였고, 2018년에는 72.3%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곳에서는 올해 모내기가 6년 전과 비슷한 속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표 3. 황해남도 배천군 일원 모내기 | ||
위성사진 촬영 | 모낸 논 | 마른 논 |
2024.06.01 | 2,859.3ha(70.8%) | 1,180.3ha(29.2%) |
2018.06.01 | 2,920.5ha(72.3%) | 1,119.1ha(27.7%) |
차 이 | -61.2ha(-1.5%)↓ |
황해북도 사리원시 일원에서는 올해 84.4%의 모내기 진도를 보인 반면, 6년 전인 2018년 같은 날짜의 93.5%보다는 9.1% 진도가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표 4. 황해북도 사리원시 일원 모내기 | ||
위성사진 촬영 | 모낸 논 | 마른 논 |
2024.06.01 | 2,493.5ha(84.4%) | 460.1ha(15.6%) |
2018.06.01 | 2,762.6ha(93.5%) | 191.0ha(6.5%) |
차 이 | -269.1ha(-9.1%)↓ |
◆평남 숙천군, 평북 박천군 일원 모내기
한편, 평안남도 숙천군과 평안북도 박천군 일원 모내기는 58.1%와 63.0%씩 진행됐고, 이에 비해 2018년에는 63.0%와 75.1% 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이곳들의 모내기가 6년 전보다 평안남도 숙천군은 4.9%, 평안북도 박천군은 6.7%씩 각기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지역 모내기도 올해 6월 초~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표 5. 평안남도 숙천군 일원 모내기 | ||
위성사진 촬영 | 모낸 논 | 마른 논 |
2024.06.01 | 1,494.7ha(58.1%) | 1,077.8ha(41.9%) |
2018.06.01 | 1,620.1ha(63.0%) | 952.4ha(37.0%) |
차 이 | -125.5ha(-4.9%)↓ |
표 6. 평안북도 운전군‧박천군 일원 모내기 | ||
위성사진 촬영 | 모낸 논 | 마른 논 |
2024.06.01 | 3,440.9ha(68.4%) | 1,592.2ha(31.6%) |
2018.06.01 | 3,780.1ha(75.1%) | 1,253.0ha(24.9%) |
차 이 | -339.2ha(-6.7%)↓ |
◆함남 신포시, 함북 길주군 일원 모내기
함경남도 신포시와 함경북도 길주군의 경우에는 올해 80.6%와 75.3% 모내기가 진행된 데 반해, 2018년에는 88.3%와 83.0%씩 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6년 전에 비해 올해 모내기는 각기 7.7%와 7.8%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표 7. 함경남도 신포시 일원 모내기 | ||
위성사진 촬영 | 모낸 논 | 마른 논 |
2024.06.03 | 361.6ha(80.6%) | 87.0ha(19.4%) |
2018.06.03 | 396.2ha(88.3%) | 52.3ha(11.7%) |
차 이 | -34.7ha(-7.7%)↓ |
표 8. 함경북도 길주군 일원 모내기 | ||
위성사진 촬영 | 모낸 논 | 마른 논 |
2024.06.03 | 937.7ha(75.3%) | 308.1ha(24.7%) |
2018.06.03 | 1,034.5ha(83.0%) | 211.4ha(17.0%) |
차 이 | -96.8ha(-7.8%)↓ |
◆2024년 모내기 분석 결과 종합 (6월 초 기준)
2024년 북한 모내기 실태를 6월 1일과 3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기준으로 북한 전역 8곳의 표준지를 대상으로 분석했고, 아래 표에 종합하여 결과를 통계수치로 나타냈다. 표본지 8곳에서 1만 3천여ha의 모내기가 진행됐고, 논 면적의 69.3%를 달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6월 초 모내기 74.7%와 비교하면 올해는 5.4%가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모내기 진행실태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차이가 비교적 크게 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폭이 차츰 좁혀지면서 회복단계로 서서히 진입하는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표 9. 2024년 모내기 종합 (북한 전역 표본지 8곳) | ||
위성사진 촬영 | 모낸 논 | 마른 논 |
2024.06.01/03 | 13,074.8ha(69.3%) | 5,785.9ha(30.7%) |
2018.06.01/03 | 14,089.0ha(74.7%) | 4,771.6ha(25.3%) |
차 이 | -1,014.2ha(-5.4%)↓ |
지역별 모내기 상황을 살펴보면, 황해북도가 84.4%로 가장 앞섰으며, 이어서 함경남도(80.6%), 함경북도(75.3%) 순이었고, 진도가 느리고 모내기가 저조한 지역은 평안남도(58.1%), 평양직할시(55.7%), 남포특별시(61.5%) 순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시를 중심으로 평안남도 일원 주요 곡창지대의 모내기가 함경남북도 산간지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진도가 저조한 것은 모내기할 논의 대상 면적이 넓어서 그만큼 농사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고 모내기를 진행하는 데에 함경도보다 기간이 더 많이 소요된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벼 모내기를 기준으로 올해 북한 농사 전망을 평가해보면, 지난해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코로나-19 사태 이전 상황까지 개선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전폭적 지원 없이는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어둡게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