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산물 가공공장 北 노동자 “휴식 시간 늘고 야근 줄었다”

[인터뷰] 관리 간부들 성적 발언이나 성관계 강요도 줄어…"탈출하고 싶어도 감시 심해 엄두 못 내"

단둥 신의주 북한 노동자 북한여성
2019년 2월 조중우의교를 통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나오는 차량. 노동자로 보이는 여성이 타고 있다. /사진=데일리NK

2월 말 비영리 탐사보도 단체 ‘불법 바다 프로젝트’(Outlaw Ocean Project)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중국의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에 처해있다는 ‘뉴욕커’의 보도 이후 중국과 북한 측이 내놓은 조치는 다소 놀라웠다.

물론 북한 주민의 노동으로 생산된 중국 제품의 수입을 차단하려는 국제적인 움직임에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주력하긴 했지만, 인권 침해 지적에도 대처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근로 조건 개선 ▲작업 현장별 엄격한 규제 마련 ▲신소(伸訴) 권리에 관한 교육 등을 현지 관리 간부들에게 하달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가 눈길을 끈다.

자국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에 신경 쓰라는 북한 당국의 지시가 있고 난 뒤 중국 현지에서는 실제 어떤 조치들이 취해졌을까. 데일리NK는 최근 중국 내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와 접촉해 현지 상황을 들어봤다.

북한 노동자 A씨와의 일문일답

-국제사회가 중국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에 주목하고 있다. 혹시 최근 관련한 보도가 나와 제품 수출이 어려워졌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은 게 있나?

“구체적으로는 모르고 대충은 알고 있다.”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물건을 사는 데가 줄어들면 우리에게 차례지는(떨어지는) 돈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북한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본인도 동의하는가?

“당연하다. 이런 환경에서 소(牛)같이 일해도 차례지는 건 쥐꼬리만큼이니 (노동자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보도가 2월 말에 있었는데, 그 이후 작업 환경이 달라진 건 없는가?

“어찌 된 일인지 최근 휴식 시간이 좀 늘고 야근이 전보다 줄었다. 영문은 잘 알 수 없었지만, 너무 좋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5~10분이던 점심 휴식 시간이 30분으로 늘어났고, 일요일에도 일하는 날이 많았는데 요즘은 대체로 휴식한다.”

-관리 간부들이 성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한 증언도 있었는데, 요새는 좀 어떤가?

“가끔 하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성관계 강요도 심했다고 하던데.

“요즘은 없어졌다.”

-도망가거나 탈출하려는 노동자들은 있나?

“지금은 탈출하고 싶어도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가 더욱 심해져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

-외부와 소통하려는 노동자들이 있을까?

“있겠지만 할 방법이 없다.”

-해외에 나와 일하려는 북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을 것이라고 보나?

“중국으로 나올 때 어떤 일을 하러 나오는지 잘 모르고 돈을 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을 것이다. 다만 나처럼 (수산물 가공)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나오기를 원치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집에 가서 조직 생활에 참여해야 하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다 보면 차라리 중국에 일하러 나오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긴 하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바라는 게 있다면.

“고생한 만큼 돈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일하는 노동자들을 그냥 좀 가만히 놔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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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