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옥수수 풀리며 시장서 가격 하락…쌀은 지역별 격차↑

농촌지원 주민에 옥수수 공급한 것도 가격 하락에 영향…밀·보리 수확 전까지 식량난 극심할 듯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다수확을 안아올 일념 안고 모내기를 다그친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평양 순안구역 택암농장. 논 한가운데 ‘쌀로써 우리 혁명을 보위하자’는 구호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고공행진하던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최근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쌀 가격은 지역별로 등락이 갈려 편차가 더 커졌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북한 돈 2700원에 거래됐다. 직전 조사 때인 지난달 28일 거래가가 31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주 만에 12.9% 급락한 것이다.

옥수수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은 평양이었지만, 평안북도 신의주와 양강도 혜산 등 다른 지역 시장의 옥수수 가격도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 12일 기준 혜산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3300원에 거래돼 지난달 28일보다 5.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신의주 시장의 옥수수 가격도 혜산과 비슷한 폭으로 떨어졌다.

혜산과 신의주의 옥수수 가격 하락폭은 평양만큼 크진 않았으나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6월 밀·보리 수확 전 묵은 옥수수를 소진하기 위해 농민들이 비축해 뒀던 물량을 풀고 있는 것이 시장 옥수수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 소식통은 “강냉이(옥수수)는 날씨가 더워지면 오래 보관하기 힘들다”며 “강냉이 눈에 바구미 벌레가 쓸기 시작하면 큰일이기 때문에 여름이 오기 전에 묵은 강냉이를 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내기철을 맞아 각 기관이 인원을 동원하려 구성원들에게 옥수수를 지급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올해의 경우 모내기철 노력(노동력)을 보장하기 위해 옥수수를 공급한 기업소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옥수수라도 공급하지 않으면 “식량이 없어 농촌 지원에 못 나간다”고 구실을 대거나 “점심 벤또(도시락)를 못 싸와서 힘이 없어 일을 못한다”며 태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한편,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은 여전히 보합세이거나 지역에 따라 가격이 더 오른 곳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2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 가격은 북한 돈 5530원으로, 지난달 28일보다 30원 상승한 강보합세를 나타냈다. 다만 혜산의 한 시장에서는 12일 쌀 1kg이 6500원에 거래돼 2주 만에 3.17%가 올랐다.

혜산 쌀 가격이 6500원까지 오른 것은 지난 2021년 코로나 의심 증상으로 인해 혜산이 봉쇄됐던 202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평양 쌀 가격은 보합세인 데 반해 혜산 쌀 가격이 상승하면서 평양과 혜산 간 쌀 가격 차이가 다시 벌어지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 3월 말 평양 쌀 가격은 5300원, 혜산은 6200원으로 900원의 격차가 벌어진 바 있는데, 4월 들어 평양 쌀 가격이 다소 상승하고 혜산 쌀 가격이 다소 하락하면서 격차가 줄어드는 듯했으나 5월 중순 현재 다시 평양과 혜산 쌀 가격이 1000원 가까이 차이 나고 있다.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은 공급량 부족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으며, 현재 가격은 코로나 국경봉쇄로 수입이 급감했던 2020~2022년보다 높고 2023년과는 비슷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6월 말 감자와 밀·보리가 수확되기 전 봄철은 식량난이 극심한 시기”라며 “수입으로 공급을 확대하지 않으면 당장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