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 국경 지역의 밀무역 업자들 사이에 중국어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 측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소통의 문제로 손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중국어가 필수 역량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시의 30~40대 밀무역 업자들 사이에서 비용을 들여 중국어를 배우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소식통은 “우리(북한) 쪽과 거래하는 중국 대방들은 평소 조선말로 이야기해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데, 거래 과정에서 가격이나 물량 오류, 불량품 문제가 생기면 아예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결국 언어 문제로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니 중국말을 배우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중국에서 손전등용 전지 등을 들여온 혜산시의 한 밀무역 업자 A씨는 평소보다 불량품이 많이 섞여 들어온 데다 거래 당시 약속했던 가격보다 단가가 높게 책정된 명세표를 받고 중국 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따져 물었다.
대방은 처음에 잘 응대하더니 이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며 전화를 끊어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대방에 끈질기게 전화를 걸어 불량품 반품에는 합의했지만, 단가 문제는 끝내 해결하지 못한 채 거래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중국 휴대전화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당국의 단속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통화를 길게 할 수 없는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중국 대방과의 소통 문제는 중국으로 물품을 내보내는 밀무역 업자들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예컨대 약초를 내보냈는데 중국 대방이 중량이 부족하다거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당 수십 위안씩 가격을 깎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소식통은 “밀무역 업자들이 그대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니 중국 대방과 전화로 언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그러다 보면 말을 못 알아듣는 척하며 전화를 끊기도 한다”며 “중국과 장시간 통화하기 어렵다는 이곳(북한) 사정을 중국 대방들도 다 알고,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일이 잦아져 밀무역 업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밀무역 업자들 사이에서 “중국 대방들이 더 이상 ‘못 알아듣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결국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부만 중국어 공부에 나서다가 최근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어 이제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중국말을 모르면 문제가 생겨도 제대로 따질 수 없고 손해만 본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며 “얼마나 답답했으면 공부할 나이가 아닌 주민들이 돈을 들여 중국어를 배우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최근 국경 지역에 중국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린다. 북중 간 경제협력이 확대될수록 중국어 능력의 활용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중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중국과의 거래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다른 어떤 과목보다 중국어에 우선적으로 품을 들여 자녀들에게도 과외를 시키고 있는 형편”이라며 “앞으로 자녀를 중국 투자자들의 서기(비서)나 운전사로 취직시키려면 중국어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경 지역에서는 중국어 능력이 앞으로의 생계를 위한 필수적인 역량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잘사는 집들에서는 앞으로 태어나는 자식들이나 손주들에게는 어려서부터 중국어를 배우게 하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