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지난달 양곡판매소를 통해 강냉이(옥수수), 통밀 등 곡물을 주민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최근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지난 2월 평양의 한 양곡판매소에서 주민들에게 판매한 곡물의 양과 가격 등을 집중 취재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양곡판매소는 지난 2월 상순(6~7일)과 하순(28~29일) 총 4일에 걸쳐 옥수수와 밀국수, 통밀 등을 주민들에게 판매했다. 상순에는 옥수수와 밀국수를, 하순에는 옥수수와 통밀을 판매해 품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2월에 북한 최대 명절인 광명성절(2월 16일, 김정일 생일)이 있어 쌀이 판매될 것으로 기대했던 주민들은 양곡판매소 출납원에게 “밀만 주고 입쌀은 안주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돌아오는 답은 “주식을 수준 있게 밀로 바꾸자는 게 당의 요구인데 구시대적인 소리를 하느냐. 밀을 입쌀처럼 생각하고 먹으라”는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양곡판매소에서 판매된 옥수수와 통밀은 모두 수입산으로 전해졌다. 한눈에 봐도 국산 품종과 아주 달라 수입산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는 게 소식통들의 말이다. 실제 주민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수입된 것들이 판매된 것이라 여겼다는 전언이다.
판매 가격은 시장가보다 저렴하긴 했지만, 이전 양곡판매소 판매가에 비해 가격이 높아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상순의 경우 옥수수는 1kg에 2100원, 밀국수는 6일에는 kg당 2200원, 7일에는 kg당 2600원에 판매됐다. 재고 부족으로 판매 둘째 날인 7일 밀국수 가격을 전날보다 400원 올려 팔았다는 설명이다.
또 하순 판매 가격은 옥수수 1kg 2400원, 통밀 1kg 2500원이었는데, 통밀의 경우 첫날 재고가 모두 소진돼 둘째 날인 29일에는 통밀 없이 옥수수로만 양을 맞춰 판매했다고 한다.
수도 평양에 있는 양곡판매소인데도 재고량이 충분치 않았다는 얘기다.
인근 시장의 가격과 비교해보면 옥수수, 통밀 가격이 시장보다 각각 14%, 17% 저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2021년 양곡판매소 운영 초기 판매가가 시장가보다 20~30% 저렴했다는 점에서 양곡판매소와 시장의 가격차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세대별로 상한선을 정해놓고 구매량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순의 경우 옥수수와 밀국수를 6대 4의 비율로 세대당 일주일치를 살 수 있게 했으며, 하순에는 옥수수와 통밀을 7대 3의 비율로 나흘치만 판매했다.
북한이 정한 1일 식량 공급 기준에 따르면 일반 노동자는 하루 700g,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 학생은 400g이다. 일반 노동자 2명과 소학교 학생 1명으로 구성된 3인 가구로 가정해보면 지난달 상순 해당 양곡판매소에서 최대 12.6kg까지 구매할 수 있었던 셈이다.
또 곡물의 품질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는 품목별로 달랐는데, 우선 상순에 판매된 밀국수의 경우에는 “삶은 후 국수에서 날 것의 냄새가 났다”, “국수가 다 풀어지거나(퍼지거나) 떡덩이가 돼 먹기가 쉽지 않았다”는 등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반대로 하순에 판매된 통밀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낟알이 크고 통통하며 반짝거려 맨눈으로도 국내(북한)산 밀과의 질적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고, 밥으로 지어 먹을 때도 부서지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났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옥수수에 대해서는 어떤 주민들은 “깨끗한 강냉이를 받았다”고 하고, 어떤 주민들은 “검불과 쭉정이가 많았다”며 불평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한편,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도 지난달 양곡판매소를 통해 옥수수, 옥수수 국수, 통밀 등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의주에서도 양곡판매소 곡물 판매 가격이 시장과 비슷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