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2024년 1월, 북한의 모습 : 미래를 사랑하라?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의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중 국경에서 압록강, 두만강 건너 북한의 모습을 촬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더 이상 갈 수 없는 길이 되었지요. 더구나 중국이 반간첩법을 시행하면서 북중 국경에서의 사진 촬영은 더욱 어려운 길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반쪽 조국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조차 쉬이 허락되지 않는 분단의 길입니다.

마침 기온이 갑자기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면서 시야가 탁 트인 날을 맞았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망원렌즈를 꺼내 들고 통일전망대로 향했습니다. 그나마 북한을 볼 수 있는 접경 지역에 전망대를 세워놓은 것이 큰 위안입니다. 하지만 통일전망대는 어느새 평화전망대라는 이름으로 뒤바꼈지요.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도 그 중 하나입니다. 남북한 주민들 모두 평화로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통일 없이 평화가 올 리 만무한데 지난 정권 때 통일전망대라는 명칭은 대부분 평화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달았지요. 씁쓸한 마음 한 켠에 접어두고 얼어붙은 한강 건너 북녘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한겨울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그렇지않아도 얼어붙은 동토의 땅을 더욱 시리게 합니다. 멀리 개성 송악산까지 한눈에 내려 보이지만 정작 한 걸음도 갈 수 없는 조국의 반쪽입니다.

선전마을로 알려진 곳에는 허름한 주택 몇 채와 논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추수가 다 끝난 황망한 벌판이 마치 지금의 황폐한 북한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마을 어귀에는 영생탑과 선전구호판 그리고 모자이크벽화가 세워져 있습니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위대한 김정은동지 혁명사상 만세>, <쌀로서 우리혁명을 보위하라>라는 구호가 뚜렷이 보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쌀로서 당을 받들자>라는 구호였는데, 당이 우리혁명으로 바뀌었네요. 김정은동지 혁명사상은 이제 북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구호인 것 같습니다. 북한의 모든 마을마다 다 있다는 문화회관 건물에는 <주체조선의 태양 김정은장군 만세>라는 구호가 붙어 있습니다.

시야가 탁 트여 산 뒤편 또 다른 마을까지 또렷이 보입니다. 마을 가운데에 학교가 있습니다. 학교 옆 산자락에는 <미래를 사랑하라>는 대형 선전구호판을 세워놓았습니다. 미래를 사랑하라…는 구호가 너무나 생뚱맞게 다가옵니다. 이제 16살밖에 되지 않은 중학생 두 명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북한 정권이 내세울 구호는 아닌 듯합니다. 남한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 유포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시키는 곳이지 않습니까? 그런 곳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요? 그러면서 겨우 10살이 채 넘은 자신의 딸을 미사일 발사장에 데리고 다니는 그곳에 과연 미래를 운운할 수 있을 런지요?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저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분명한 각오를 다시금 새겨 봅니다. 통일 대한민국,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경기도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북한의 ‘미래를 사랑하자’ 등이 적힌 구호판이 보인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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