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김정은동지 혁명사상 만세’ 구호판 설치 확인

강화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마을 선전구호(빨간색 원안 구호는 ‘위대한 김정은 동지 혁명사상 만세’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필자는 지난주 강화도와 김포에 있는 통일전망대를 다녀왔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척에 북녘땅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황금벌판에 가을걷이를 끝내고 낟알줍기를 하느라 분주한 북녘 주민들의 모습이 한눈에 안겨 왔다.

마을을 온통 휘감듯 붉은색 선전구호판은 북한체제를 드러내는 거대한 표상이었다. 북한의 선전구호는 당의 지시와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북한 사회를 읽는 주요한 단서가 된다.

이번에 유독 눈에 띈 선전구호는 <김정은동지 혁명사상 만세>였다. 강화도와 김포에 있는 각각 다른 두 곳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마을 모두 이 구호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쌀로써 우리혁명을 보위하자>라는 구호는 북중국경에서 봤던 <쌀로써 당을 받들자>라는 구호와 같은 의미로 보인다. 자력갱생과 이민위천 등의 구호도 이미 수년 전부터 설치되었던 구호다.

2019년 4월 촬영한 자강도 중강군 모습.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 만세’ 구호판이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주목할 점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북중 국경에서 바라본 선전구호는 <김일성-김정일주의 만세>였는데 비해, 여기에는 <위대한 김정은동지 혁명사상 만세>라는 구호가 붙었다는 점이다. 페인트칠 상태로 볼 때 이 선전구호판은 다른 것과 달리 새롭게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철거하고 김정은 혁명사상으로 교체한 것이다. 최근에 북한에서 수령복을 강조하며 수령으로서 김정은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선대의 흔적을 지우려는 의도보다는, 김정은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철저히 무장하자>라는 구호는 북한 마을 어디나 반드시 있는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연구실>건물 앞에 예전과 같이 그대로 설치되어 있었다.

김정은 집권 10년을 지나면서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가 더욱 가속화되지만,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 고압선이 흐르는 전기철조망과 탈북을 막는 흔적선까지 하나의 거대한 감옥으로 보이는 저 땅에 언제가 되어야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까.

멀리 보이는 학교 건물에 <경애하는 김정은 장군님 고맙습니다>라는 구호가 그저 허망하게 보인다.

북한 지역에 설치된 전기철조망과 흔적선 작업을 하는 북한 군인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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