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전기 검열 수시 진행…장판 들춰 전기선 걷어내기도

전기 겨우 들어올 때마저 맘놓고 쓸 수 없어…주민들 "배전부가 담배 벌이하려 한다" 불만

2019년 3월 함경북도 온성군 살림집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지역의 살림집.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에서 혜산시, 보천군 등 국경 지역에서 주민 세대 전기 검열이 수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를 비롯한 여러 시·군들에서 배전부 성원들이 주민들에게서 담배 한 갑이라도 뇌물로 받기 위해 집집이 돌며 꼼꼼한 전기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혜산시에서는 하루에 전기가 1~2시간 겨우 들어오고 있고, 다른 군들은 전기 사정이 그보다 더 한심하다. 그런데도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대에 인민반 전기 검열이 진행되고 있어 주민들 속에서는 그마저도 마음 놓고 쓸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혜탄동의 한 인민반 주민 세대는 지난 10일 오후 2시경에 전기가 들어와 히터를 켜고 있다가 배전부의 전기 검열에 단속됐다. 전기 사정이 열악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전기 사용량이 많은 전자제품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단속에 걸리면 맨입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해당 세대 주민은 곧장 매대에 달려가 6000원짜리 여명 담배 한 갑을 외상으로 구했다. 그리고 이를 검열 나온 배전부 성원에게 건네 별다른 문제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고 한다.

소식통은 “여기(북한) 주민들은 추운 겨울에 전기가 들어올 때면 집안 온도를 높이기 위해 히터를 켜는데 배전부에서는 이때를 노리고 단속을 진행한다”며 “그리고는 주민들이 담배나 돈을 주지 않으면 ‘인민반의 전기를 한 달간 자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집만이 아니라 인민반 다른 세대들까지 전기를 못 쓰게 하겠다니 주민들은 손이야 발이야 빌며 ‘한 번만 도와달라’,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하는데 말로만 해서는 소용없고 담배 한 갑이라도 쥐여줘야 무마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주 보천군 읍에서는 전기장판을 한 세대가 전기 검열 나온 배전부 성원들에게 걸려들어 구들장을 까내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배전부 성원들은 전기가 들어온 지 30분쯤 된 시점에 인민반 세대들에 들이닥쳤는데, 한 세대에서 냉기가 도는 부엌과 달리 집 안 방바닥은 따뜻한 것을 포착하고 즉각 단속했다.

해당 세대 주민은 봐 달라며 사정했으나 배전부 성원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결국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장판을 들춰내 전기선을 모조리 거둬내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전기가 올 때 순간이라도 전기 덕을 보려다가 단속에 걸리면 땔감 사는 돈보다 더 드는 뇌물을 바쳐야 한다”면서 “주민들의 돈을 뜯어낼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뜯어내려고 하니 불만이 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들은 전기가 오는 시간에 딱 맞춰 검열 나오니 ‘배전부 것(성원)들이 담배 벌이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이달은 연말이라서 그런지 갖가지 검열로 문에 불이 날 정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