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평남 개천 유엔군·국군 집단 매장지 찾아서

군우리 전투 격전지를 가다

KBS에서는 지난 14일과 15일 양일간 탈북의 증언과 위성영상 분석을 토대로 평안남도 개천시 일대에 유엔군과 국군의 유해가 집단으로 묻혀있는 매장지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근거로 해당지역을 위성사진에서 좀 더 세밀히 살펴보았다.

평남 개천시 일대는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던 일명 ‘군우리 전투’ 격전지이다. 1950년 9월 15일 유엔 인천상륙작전 성공 이후, 11월 평남까지 진격한 미국 제2보병사단과 튀르키예 여단은 물밀듯 밀려 내려오는 중공군과 개천시 일대에서 조우하게 된다. 이어서 대규모 중공군 인해전술로 미국 2사단은 후퇴를 하게 되고, 튀르키예 여단이 중공군 진격을 저지하는데, 치열한 교전 상황에서 양측 모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군우리 전투이다.

◆ 유엔군·국군 집단 매장지

정부가 탈북민 제보를 바탕으로 찾아낸 유엔군ㆍ국군 집단 매장 추정지이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 인해전술에 맞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던 ‘군우리 전투’ 격전지이다. /사진=구글어스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통해 일대 지형지물을 살펴보면, 위아래를 가로질러 국도가 지나는데 도로는 위로 개천시, 아래는 안주시를 향한다. 국도 옆으로 개천선 철길이 나란히 지나고, 130m 길이 열차 터널을 경유하게 된다. 위로는 남천강이 왼쪽으로 흘러서 청천강과 만나고 다시 황해로 빠져나간다.

이 일대 야산을 보면, 나무라고 찾아볼 수 없는 벌거숭이 민둥산이고, 온통 공동묘지로 뒤덮여 있어 집단 매장지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확대 영상] 유엔군·국군 집단 매장지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벌거숭이 민둥산 전체가 무덤으로 빈틈없이 빼곡히 뒤덮여 있다. 치열했던 당시 교전 상황과 아비규환 지옥의 참상이 말없이 전해지는 듯하다. /사진=구글어스

확대영상에서는 산 전체를 무덤들이 뒤덮은 모습이 선명히 보이는데, 원형 묘터 안에 봉분의 모습도 작은 점으로 보인다. 산 전체가 빈틈없이 빼곡히 무덤으로 뒤덮인 모습에서 당시 치열했던 교전 장면이 선명히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뿌연 포연 속에 포성, 총성과 비명이 뒤섞인 아비규환 살육의 전장 참상을 말없이 대변해 주는 위성사진이다.

보도에 따르면, 탈북민은 이곳에 국군과 유엔군 유해가 480~500구가 묻혀있는 것으로 제보하였고, 미 국방부는 이 일대에 미군 유해가 380구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유엔 및 미군과 협의 하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곳 유해 발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도와 위성사진을 통해 무덤 속의 수많은 외국 젊은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애도하게 된다. 그들은 이름도 모르고 낯선 머나먼 아시아 동쪽 끝 작은 나라에 와서 생애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것이다. 이제라도 늦었지만 고귀한 영웅들의 유해만이라도 고국 땅을 밟고 영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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