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도 인정한 저출생 문제…30대 北 젊은이들 생각은?

코로나 이후 '1명도 낳지 않겠다'는 젊은이 늘어…"자식 낳아 고생시킬 바에는 안 낳는 게 낫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가 3일 수도 평양에서 성대히 개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회는 11년 만에 열렸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해 개회사를 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며 ‘출생률 감소’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저출생 문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북한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로 전해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젊은이가 ‘자식 1명은 낳겠다’고 말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생계에 큰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면서는 ‘1명도 낳지 않겠다’고 말한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는 북·중 접경지역인 혜산시, 회령시, 신의주시의 30대 주민 3명을 대상으로 현재 북한의 상황과 출산 문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지난 2019년 결혼해 현재 아이 계획 없이 살고 있는 혜산시의 30대 주민 A씨는 “친구 5명을 놓고 봤을 때 3명은 결혼은 했으나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견해고, 2명은 결혼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이제는 어제가 옛날이다 싶을 정도로 자식 가지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먹을 게 없어 매일 헉헉대며 죽지 못해 살아가는 형편에 자식을 낳아 키운다는 생각만 해도 힘에 부치고 소름이 돋는다”며 “가끔은 고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주변에서 자식들을 잘 먹이지 못하고 내세우지 못해 피눈물을 흘리는 부모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다 사라진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혜산시의 한 인민반에서는 과거 거의 매년 1~2명 정도의 아기가 태어났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2020년부터 현재까지 통틀어 태어난 아기는 2명뿐이고, 심지어 올해는 출생아가 없다.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도 코로나19 이후 결혼과 출산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미혼인 회령시의 30대 주민 B씨는 “예전에는 서른 넘어 결혼을 안 하면 손가락질을 받았는데 모두가 몇 년간 너무나 힘든 고통을 겪으면서 인식이 바뀌어서인지 오히려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장마당에 나가 뛰어다녀서라도 먹고 살 수 있다면 결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날고뛰어도 입에 거미줄 치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고 혼자 입도 건사하기 힘들기에 결혼이나 출산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자식을 낳아 고생시키며 마음고생할 바에는 낳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미혼인 신의주시의 30대 주민 C씨 역시 “요즘은 아이를 업고 다니는 여성들을 보기도 어렵고 또 그런 여성들이 보인다고 해도 ‘등에 업힌 저 아이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고생을 겪으며 클까’하는 생각부터 든다”며 “간부나 돈주 집이 아닌 이상 태어난 순간부터 고통의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고통을 경험한 젊은이들은 자식들이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겪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한다”며 “대부분 지금의 실정에서는 자식을 키울 자신도 없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유엔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2023 아시아태평양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북한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 수 평균)은 1.8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의 조출생율(인구 1000명당 새로 태어난 사람의 비율)도 12.9명으로 나타나,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13.6명)보다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