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배우자감 1순위는 ‘한라산 줄기’…탈북민 가족 선호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인식 자리잡혀…코로나 겪으며 결혼식 간소화하는 문화도 확산

평양 창전거리 선경종합식당 결혼식장에서 열린 결혼식 장면. /사진=연합

이른바 ‘한라산 줄기’라고 불리는 탈북민 가족들이 북한에서 결혼 상대로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선호하는 배우자감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최근 중매를 부탁할 때 한라산 줄기와 연결해달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사람 소개해준다고 하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남조선(남한)에서 돈 보내는 가족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손오공’이라고 손전화와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인기가 많았다“며 ”또 장사하는 집이나 화물차 밧데리(배터리) 만들어서 파는 집이나 보위원, 군인, 무역회사 다니는 사람들을 결혼 상대로 좋아했는데 지금은 뭐니뭐니 해도 ‘한라산 줄기’가 최고”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권력이 있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결혼 상대로 선호됐지만, 지금은 탈북민, 특히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민의 가족이 1순위로 꼽히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 정착한 가족으로부터 큰돈을 전달받을 수 있는 탈북민 가족이 무역일꾼이나 장사꾼보다 경제적으로 더 여유롭다는 인식이 자리잡혔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반역자’, ‘배반자’, ‘역적’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멸시당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워낙 탈북민 가족이 많아진 데다 이들이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서 탈북민 가족들을 선망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났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북한에서는 코로나로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르는 문화도 확산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옛날에는 신랑 집과 신부 집에서 각각 결혼식을 따로 하면서 동네 사람들까지 불러서 국수도 나눠 먹고 밤새 춤을 추면서 즐겼지만, 지금은 결혼식을 한 번만 한다”면서 “결혼식도 아주 친한 사람들만 불러서 밥 한 끼 먹고 사진 찍는 것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마저도 여력이 안 되면 모형으로 혼례상을 차리고 혼례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결혼식 비용도 줄어들었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결혼식에 비(위안화)로 3만 위안(한화 약 540만원)까지 쓰기도 했는데 지금은 3000 위안(약 54만원)이면 치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결혼할 때 ‘5장 6기’(5장은 옷장·이불장·찬장·책장·신발장, 6기는 TV수상기·냉동기·세탁기·녹음기·사진기·선풍기)를 다 해가는 것은 옛날 얘기”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에는 결혼을 늦추는 청년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과거 북한 여성들은 23~26세가 되면 대부분 결혼했지만, 근래에는 30대가 넘어가도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서른이 넘도록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돈을 벌고 혼자 사는 처녀들이 동네마다 있다”며 “요즘은 돈 버는 게 더 중요하니 결혼을 빨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