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인 투자 확장 꾀하는 北…돈주 위상 180도 달라져

코로나 봉쇄로 자금력 있는 투자자 부족해져…건설 상무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개인 투자 유도

북한 평양 화성지구.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주택 건설에서 신흥부유층인 돈주들의 위상이 사뭇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돈주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 위해 앞다퉈 투자를 문의했지만, 최근에는 건설 계획을 수행해야 하는 단위에서 돈주들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은 20일 “국가 대상건설이나 살림집 건설 계획을 수행해야 하는 기관 건축 상무에서 담당자나 간부들이 돈주들을 찾아다니면서 초기 투자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부동산 시장에서 ‘돈주’들의 역할은 실로 막강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북한 당국이 돈주들의 재력을 이용해 국가 건설 사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돈주들에게 아파트 완공 시 일정 부분 대여권(분양권)을 준다는 조건을 내걸어 투자를 받아냈다. 당국은 위민 정치 선전에 건축물을 활용하고, 돈주들은 투자금 이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이에 권력과 결탁해 부통산에 투자하려는 돈주들의 경쟁이 치열했으나,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코로나 봉쇄로 자금력이 풍부한 초기 투자자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면서 “건설 상무들과 기관들이 돈주들에게 자기들과만 거래하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큰손인 돈주 한 사람이 귀한 시기가 되면서 갑을(甲乙) 관계가 역전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이 내놓은 ‘평양 5만 세대 건설’, ‘농촌문화주택 건설’ 방침도 이 같은 현상에 불을 지폈다.

소식통은 “건설 계획을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평양시 인민위원회와 여러 기관에서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게 주요 업무가 됐다”면서 “어떤 기관에서는 ‘초기 투자를 늘리는 게 당정책 집행에 앞장서는 애국심의 발현’이라고 강조하는 곳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내각에서 주는 건설 자금만으로는 맡은 계획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의 자금을 이용해 주택 건설 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소식통은 “평양시 인민위원회는 그가 누구든 초기 투자금만 있으면 국가와 기관이 책임지고 다른 그 어느 지방기관보다 더 높고 정확한 이윤을 보장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다음 해 부동산 계획에 대해 건설 상무에서 돈주들에게 개별적으로 설명해주면서 내년 건설에서의 개인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주들은 국가 기관이나 기업소 측에서 본인들을 대하는 자세가 코로나 이전과 확연히 달라지자 반기는 모양새다.

소식통은 “이전에 돈주들은 살림집 건축 초기 투자를 하려고 해도 간부들 인맥을 구하느라 두 배, 세 배 돈을 고였는데(바쳤는데), 지금은 오히려 투자해달라며 찾아오니 ‘코로나 때 버티고 살아남은 보람이 있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국적으로 망을 갖추고 환전과 돈 이관(송금), 대출 등 사금융으로 큰돈을 움직이는 돈주들은 이제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 수도·지방 건설, 국가 대상 건설에 투자 큰손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굳게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