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앞둔 평양시 고급중학교 학생 사망…무슨 일?

어려운 집안 형편에 대학 진학 못하게 되자 신변 비관…주민들 "가난 때문에 목숨 끊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평양 전경 사진을 싣고 “사회주의는 우리 인민의 영원한 삶의 요람”이라며 북한 체제를 옹호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평양시 만경대구역 광복동에서 한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고급중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이 지난달 말 만경대구역 광복동의 한 건물 앞 길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당시 길 가던 동네 주민들이 숨진 학생을 발견해 즉시 안전부에 알렸으나 안전원들은 1시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사이 사건 발생 장소에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많은 주민이 모여들었고, 주민들은 시신의 모습을 그대로 목격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광복동 분주소와 만경대구역 안전부에서 최초 신고 1시간 뒤에 나와 현장을 지휘하면서 사람들의 손전화(휴대전화)를 단속하기 시작했는데, 현장에서 일일이 검열하기가 시끄럽다(번거롭다)며 사람들의 손전화를 전부 회수해서 배낭에 거두고 이틀 후에 주겠다면서 안전부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안전부는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지 않았는지, 사건 현장에 머무르면서 누구와 통화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 대한 소문이 확산하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안전부는 사망한 학생의 부모와 학교, 주변 친구들을 통해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 등 경위를 조사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지었다는 전언이다.

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이 학생은 학급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했으며, 장래에 교사가 되기를 희망해 사범대학으로의 진학을 원했다.

다만 학생의 부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자식을 대학에 보내 뒷바라지할 형편이 못 된다면서 담임 교원에게 자식을 군 초모 대상에 올려달라고 미리 요청했고, 실제 학교에서는 진학 문제를 놓고 상담하면서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내년 졸업 후에 있을 군(軍) 초모 명단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학생은 평상시 주변 친구들에게 ‘공부를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없고, 하고 싶은 교사도 하지 못한다’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말을 자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 사건과 관련해 동네 주민들은 평양시에도 하루 한 끼도 먹기 힘든 세대가 많고 빈부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가난 때문에 비극이 벌어졌다면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