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로 추방된 탈북민 가족들 외양간보다 못한 집에서 생활

감시 강화도 모자라 법적 처벌에 추방까지…소식통 "고생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

북한 양강도의 국경 마을.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소가 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오지로 추방된 탈북민 가족들이 소 외양간보다 못한 집을 배정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지난달 김형직군에 사는 탈북민 가족 두 세대가 풍서군으로 추방됐다”며 “이들은 소 외양간보다 더 한심한 집을 배정받아 추방지에서 참담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형직군에서는 올해 봄부터 현재까지 보위원들이 인민반마다 돌면서 ‘탈북민 가족들과 중국 휴대전화 사용으로 명단에 올라 있는 이들이 불법 행위를 하다 단속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추방하겠다’는 점을 강조해 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국과 통화하다 단속되면 법적 처벌과 함께 가족들까지 모두 추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김형직군의 두 탈북민 가족 세대는 한국에 정착한 가족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보위부에 들통나면서 세대별로 각 한 명씩 6개월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았고, 끝내 가족 전체가 추방당했다.

소식통은 “혜산시에서 활동하는 송금 브로커들은 여러 집의 돈을 모아 금액이 커지면 한 번에 김형직군으로 움직이는데, 김형직군은 국경을 끼고 있는 데다 중국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어 엄격한 단속이 이뤄지고 보위부 정보원들도 많은 곳이라 가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형직군의 두 탈북민 가족 세대는 혜산시에서 온 송금 브로커로부터 같은 날 각자 집에서 돈을 받기로 했다가 브로커의 뒤를 밟은 보위원들이 들이치는 바람에 돈을 손에 쥐어 보지도 못하고 몰수당했으며, 법적 처벌에 더해 추방까지 당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국경을 끼고 있는 지역에 사는 주민일수록, 더욱이 탈북민 가족일수록 체제 이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그마한 불법 행위라도 단속되면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으로 추방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특히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는 가족이 한국에 간 것으로 확인된 탈북민 가족 세대들에 대한 단속과 감시가 한층 더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탈북민 가족들은 요즘 들어 더욱 심한 감시를 받고 있고, 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추방까지 당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은 ‘나쁜 돈도 아니고 가족들 굶어 죽지 말라고 보내온 돈을 받는 것일 뿐인데 왜 추방까지 보내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추방된 탈북민 가족들은 집안에서 하늘이 보일 정도로 낡고 허름한 집을 배정 받아 하루하루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탈북민 가족들은 탈북한 가족이 보내준 돈을 받아 밥술은 뜨나 평시 감시에 시달려 마음고생을 한다”면서 “이런 실정에서 추방까지 당하고 겨울이 다가오는데 배정받은 집은 사람 사는 집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낡은 소 외양간보다 못한 집이라 이들이 겪는 고생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