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고생은 농민이 하고 감사는 어디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강원도의 여러 농촌마을에 새집들이 경사를 맞이한 농업근로자들의 기쁨이 넘쳐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입사증을 들어보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의 TV와 노동신문 등에서 화면과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농촌 주택 입사 장면이 소개되고 있다. 제대로 먹지 못해 피골이 맞닿은 농민들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랑’에 눈물을 흘리며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진다.

원수님은 책상에 앉아 농촌에 살림집을 지어주라고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모든 공은 자기가 다 가져가고, 살던 집 헐리고 새집 다시 건설하는데 돈과 노력을 다 바친 농민은 자기가 고생을 다 하고 인사는 부처님에게 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노동당 지도자가 농민에게 집을 지어주라고 말할 때 소비된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입사증을 받아안고 흘리는 농민의 눈물이 정말 고마움의 눈물일까 아니면 억울함의 호소일까?

평안남도 소식통에 의하면 작년 봄부터 북한의 농촌지역에서 진행되는 살림집 건설이 주민들의 부담으로 진행돼 주민들이 사실상 혜택을 보지 못했다. 노동당의 농촌진흥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살림집 건설은 원칙적으로 지방예산을 동원한 자체 자금으로 건설해야 하지만 지방예산이 없어 노력만 대주는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노동신문을 보면 노동당은 지방 농촌 주택 건설을 ‘자력갱생’, ‘간고분투’하라고 지시하고 있고 성과만 체크하고 있다. 자금과 자재도 그렇지만 노력은 더 문제다. 주택을 건설한다고 지역 도시건설대, 농촌건설대에서 나온 인력은 하면 하고 힘들면 쉬는 식으로 일을 해 철거 주민들이 자기 집을 빨리 완공하기 위해 매일 동원돼 일했다고 한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집을 완공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자재와 노력, 점심 식사 등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빚을 냈지만, 미처 감당하지 못해 올가을에 받을 식량을 다 팔아도 모자랄 정도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현지 농민들이 농촌 살림집 공사에 당과 국가는 계획만 하고, 집행은 우리 농민들의 몫이며 다 완공하면 당과 수령의 배려로 감사해야 한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무리 북한이라도 사람의 인권이 이렇게도 무자비하게 유린당할 수가 있다니 너무도 억울하고 안타까운 세상이다. 우리가 아는 북한 노동당 지도부는 국민의 권리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더러울 대로 더러운 노동당 정책 결정자들에게 충고 하나 하려고 한다.

인민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라. 정책을 결정할 때 체제 유지, 개인적 이익·명성·권력 혹은 다른 질 낮은 목적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추구하는 마음을 다듬고 다스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