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 국영상점 판매원 자리경쟁 치열…거액 뇌물 바치기도

다시 개인들에 운영권 넘겨주려 해…무역 재개 기대감 갖는 주민들 판매원 자리 노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주민들이 뇌물까지 써가며 국영상점 판매원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 국영상점들에서 돈을 투자해 물건을 확보할 능력이 되는 개인들을 판매원으로 뽑고 있다”면서 “개인들은 뇌물까지 고여(바쳐)가며 판매원으로 들어가려 할 정도”라고 전했다.

북한은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이후 일부 상인들에게 운영권을 주고 판매원으로 일하게 해 매달 일정 금액을 받는 식으로 국영상점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국가가 국영상점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목적으로 개인들에게 넘겼던 운영권을 다시 회수하려고 하면서 판매원으로 있던 주민들이 대거 그만두는 상황이 발생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혜산시 국영상점 판매원들 줄줄이 그만둬…무슨 일?)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주민들에게 국영상점 운영권을 주고 판매원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혜산시 국영상점들은 과거 판매원들에게서 한 달에 1500~2000위안(한화 약 28~37만원)정도를 챙겼는데, 현재는 매달 내야 하는 금액이 이보다 줄어들어 판매원으로 들어가려는 주민들이 더 많아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혜산시의 한 국영상점에서는 ‘판매원들이 얼마의 수익을 내든 상관없이 한 달에 500위안(약 9만원)을 받겠다’고 공표하고 판매원으로 일할 주민들을 뽑고 있다고 한다. 과거 이 국영상점은 매월 1200위안(약 22만원)을 받아 값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판매원들에게서 돈을 내려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장사가 잘 안된다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그런데도 개인들은 무역이 열리면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와 돈벌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돈을 투자해 판매원으로 들어가려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영상점 판매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5000위안(약 93만원)을 뇌물로 바친 주민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돈은 국영상점 책임자와 국영상점을 담당하는 시 상업 부문 일꾼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전언이다.

이렇게 적지 않은 돈을 들이고 판매원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은 무역 전면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지만, 한편에서는 ‘그러다 무역이 열리지 않으면 뇌물로 고인 돈은 물론 매달 나가는 돈을 어떻게 보장하느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당장 모든 것이 국가의 주도하에 진행할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더니 얼마 못 가서 결국 원래대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면서 “무역이 진짜로 열리고,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올 수 있게 되면 판매원들에게서 지금의 금액을 그대로 받을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혜산시 국영상점들에서 판매원들에게서 받는 돈은 확보한 물건 품목에 따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공업품과 같이 가격대가 있는 품목을 판매하면 800위안(약 15만원) 이상 받고, 식품처럼 원가가 낮은 품목을 판매하면 500위안을 받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