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시 국영상점 판매원들 줄줄이 그만둬…무슨 일?

'내달부터 국영상점 통해 버는 수익 모두 국가에 바치라' 지시 내려지자 상인들 등 돌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에서 국영상점 판매원들이 줄줄이 그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에서 국영상점 판매원들이 줄줄이 그만두고 있다”면서 “다음 달 1일부터 판매원들이 국영상점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고 얻은 수익을 가져갈 수 없다는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돈주를 비롯한 일부 상인들에게 국영상점 운영권을 내줬다. 이렇게 운영권을 취득한 상인들은 개인 돈을 투자해 상점에서 판매할 물건을 구입하고 이를 판매해 수익의 일부를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 수익금으로 상점을 운영해왔다.

국영상점 운영권을 가진 상인들이 국가에 바치는 금액은 지역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액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혜산시의 한 국영상점의 경우에는 판매원들이 한 달 평균 1500~2000위안(한화 약 30~40만원)을 국가에 바쳤다고 한다.

이들은 자체로 국영상점 판매지표를 정하고 중국에서 물건을 수입해 와 판매해 왔는데, 코로나 사태 후 무역과 밀수가 차단되면서 판매 상품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아 거액의 적자를 떠안는 경우도 발생해왔다는 전언이다.

그런데 이에 더해 지난 11일 중앙으로부터 ‘오는 11월 1일부터는 국영상점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모두 국고로 반납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시에 국영상점 운영권을 가지고 있던 상인들은 상점에 남아있는 물건들을 빼느라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고, 관련 기관들에서는 상인들이 물건을 빼내지 못하도록 안전부까지 동원해 단속하는 등 대립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국영상점에 투자한 상인들에게 ‘당의 방침이니 나가겠으면 상품을 모두 놔두고 나가라’고 하고 있어 상인들은 ‘개인의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강도질하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리며 항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텅텅 비어있던 국영상점에 개인들이 투자해 물건을 넣고 운영해온 것을 국가가 고스란히 뺏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일”이라며 “개인이 투자해 넣은 물건은 개인이 가져가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상인들의 말”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내부에서는 이번 지시를 두고 사실상 국가가 개인에게 부여한 국영상점 운영권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국가의 의도대로 된다면 국영상점 판매원들은 일반 직장인들처럼 무보수 노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가뜩이나 국경봉쇄로 힘든데 앞으로 벌어들이는 수익까지 모두 국가에 바치라고 하니 처음에 돈벌이를 목적으로 국영상점에 투자했던 상인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