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에 생활난 한층 극심…학교 대신 산에 가는 아이들

형편 어렵다는 것 알고 스스로 산나물 캐기 나서…주민들 "밀수라도 빨리 열어줬으면"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의 살림집. /사진=데일리NK

보릿고개에 접어들면서 북한 자강도 화평군 주민들이 극심한 생활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고 산나물 캐기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24일 데일리NK 자강도 소식통은 “해마다 이맘때쯤은 보릿고개에 들어 일 년 중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데 올해는 다른 해보다 주민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하루에 한 끼 먹을 식량도 구하기 어려워 배를 곯는 세대가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특히 소식통은 “최근 화평군에서는 집안의 식량 보탬을 위해 스스로 학교에 가지 않고 산에 나물을 캐러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며 “대부분 끼리끼리 모여 산나물을 캐러 다니는데 옷차림이 너무 남루해 꽃제비로 보이지만 집도 있고 부모들도 있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얼굴에 검댕이 묻은 듯 까뭇까뭇한 아이들이 다 낡고 해진 옷을 걸쳐 입고 신발은 자기 발보다 훨씬 큰 것을 신거나 맨발로 다녀 꽃제비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먹고살기가 급하니 부모들이 아이들 옷 빨래도 맨 물에 헹구는 정도로만 해 옷이 얼룩덜룩하고 신발은 낡아 해어져도 사주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인민반에 한두 집을 제외하면는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 보니 아이들끼리 서로 누구를 깔보는 일이 없이 함께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몰려다니는 아이들은 부모가 번 돈으로는 먹고살기에 부족하다는 걸 알고 거의 매일 아침 학교에 갈 대신 함께 산에 가서 산나물을 캐 오후에 내려온다고 한다. 이에 대부분의 세대는 겨우 있는 곡식에 아이들이 캐온 산나물을 합해 나물죽이라도 만들어 먹으며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화평군의 한 주민은 “아이가 발가락이 나올 정도인 신발을 신고 학교에 간다고 나갔다. 다른 때 같으면 신발이 해졌다고 울고불고했을 텐데 한마디도 하지 않으니 더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그런데 저녁에 장마당에서 들어와 보니 학교가 아니라 산에 가서 산나물을 캐 가지고 왔더라. 그래서 내일부터는 학교에 가라고 했더니 ‘엄마, 산나물이라도 많이 캐놔야 우리 굶지 않고 살 수 있어요’하는데 목이 메 아무 말도 못 했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다른 화평군 주민도 “코로나 이후 자식에게 새 신발을 사주지 못했다. 신발 한 켤레가 10만 원을 훌쩍 넘으니 엄두도 못 내고 중고 신발을 사 신겼는데, 발도 빨리 자라고 금방 닳아 나가더라. 요즘은 아버지의 큰 신발을 신고 나갔다 오거나 어떤 날은 양말만 신고 나간다. 신발도 제대로 사 신기지 못해 가슴이 아픈데 식량에 보태겠다고 산나물 캐기에 나서고 있으니 가슴이 터진다. 제발 어떻게 다른 방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실제 화평군 학교들에서는 하루에 출석하는 학생들이 한 학급에 5~10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담임 교원들이 학교 출석률 보장을 위해 학생들의 집을 돌고 있지만 저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차마 학교에 나오란 말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얼마나 생활이 어려우면 학교도 가지 않고 자식들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산나물 캐기에 나서겠느냐”며 “사람들은 먹고살 수 있도록 식량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겠으면 자체로 벌어 먹고살 수 있게 밀수라도 빨리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