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전국의 소년단원들이 참가하는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행사가 시작된 가운데, 행사 참가자 선발 과정에 뇌물이 오가 빈축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행사를 진행할 데 대한 중앙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의 지시에 평안남도 청년동맹은 이어달리기 참가 대상자 선발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 권력과 돈이 난무해 부모들의 불만을 야기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청년동맹은 각 시·군의 소년단 조직들에서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대상 선발 규정에 따라 19일까지 참여자들을 뽑도록 지시했는데, 이 과정에 돈과 권력으로 자리다툼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앞서 도 청년동맹이 내놓은 규정은 각 학교에서 학습과 조직 생활에 모범을 보이고 키와 체력도 겸비한 소년들을 우선순위로 뽑으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처음에는 규정대로 대상자를 선발해 훈련에 들어갔지만, 훈련 도중에 예비 뽄트(T.O)라는 명목으로 소년들이 새로 뽑혀 기존에 규정대로 뽑힌 소년들의 자리를 빼앗았다.
알고 보니 이들은 부모의 돈과 권력으로 선발된 소년들이었고, 결국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행사 참가 대상 70%가 간부나 돈주들의 자식들로 구성돼 그 결과가 20일이 지나서야 발표됐다고 한다.
이에 밀려난 소년들의 부모들 속에서는 ‘지난 시기에는 아무 탈 없이 진행되던 것도 돈과 권력의 지배를 받아 순수한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흐린다’, ‘간부 등용이나 대학 입학도 아닌 소년단 행사에까지 돈과 권력이 판을 친다’는 등의 강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부모들은 이번에 진행되는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행사뿐만 아니라 올해 봄에 학교들에 내려온 평양 답사권, 배움의 천리길 답사권 역시 돈과 권력 있는 부모들의 자식들에게 우선 차례졌다(배당됐다)면서 가난한 집안 소년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로 돼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앞서 19일 전국 소년단원들의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출발모임이 전날(18일) 백두산밀영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행사가 70년 전 김정일이 김일성의 건강을 기원하며 편지를 쓴 것을 기념해 마련됐다고 소개하면서 전국의 소년단원들이 이 행사 참가를 열렬히 청원했다고 주장했다.
최고지도자를 향한 충성을 다짐하는 내용의 편지를 전국 각지에서 계주 형식으로 평양까지 운반하는 이 행사는 북한이 김정일의 출생지로 선전하는 백두산밀영에서 출발해 동해지구와 서해지구로 나눠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