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해주겠다”며 거액 갈취한 보위원 긴급 체포돼

주민 돈 갈취하는 부정부패 심각…이번 사건 계기로 보위원들 검열받을까 전전긍긍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전경. 2018년 촬영. /사진=이승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프로파일러 제공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주민들의 돈을 갈취한 보위원이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신의주시 보위원 박모 씨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 단속돼 구류된 김모 씨의 가족에게서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중국 돈 7만 위안(한화 약 1340만원)의 거액을 챙긴 혐의로 체포됐다.

앞서 박 씨는 중앙 국가보위성에도 인맥이 있어 무조건 빼낼 수 있다면서 김 씨 가족을 안심시켰는데, 결국 김 씨가 재판에서 노동교화형 5년을 선고받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김 씨 가족은 보위원 박 씨를 찾아가 “자기만 믿으라더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거세게 항의했으나 박 씨는 “내가 돈을 쓰고 인맥을 동원했으니 그나마 5년 형을 받았지, 그러지 않았으면 무기형이었을 것”이라며 뻔뻔스러운 태도로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씨 가족은 그동안 박 씨가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현금 외에도 고급 담배와 술 등 3000위안(한화 약 57만원)어치의 뇌물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평안북도 보위국에 낱낱이 고발했다는 전언이다.

박 씨는 이후 부정부패 혐의로 긴급 체포됐고, 이 사건이 중앙 국가보위성에까지 보고되면서 보위원들이 모두 긴장해 있는 상태라고 한다.

소식통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전부터 부정부패와 행위에 반대하는 투쟁을 강조하셨기 때문에 언제 어느 순간에 국가보위성 검열이 들이닥칠지 몰라 보위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평안북도 보위국은 수뇌부 보위의 제1선 전초병인 보위원들이 지위나 권력을 내세워 주민들에게서 돈을 뜯어낸다는 신고가 거의 매일이다시피 들어오자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었는데,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보위원들에게는 주의를 주고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이번 사건을 본보기로 내세워 국가보위성에까지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요즘 워낙 살기가 힘들어 주민들의 돈을 갈취하는 보위원들의 부정부패 행위가 심각하다”면서 “실제 박 씨도 조사 과정에 김 씨 가족에게서 받은 금액을 전부 혼자 썼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는 박 씨가 이번 일로 해임될 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오지로 추방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