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뜨거운 후대사랑” 강조하더니 고아들 건설현장으로 내몰아

소식통 "평양 중등학원 졸업반 70명, 서포지구 건설 돌격대원으로 강제 동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23일 평양 서포지구 새 거리 건설장을 소개했다. 신문은 “용감한 조선(북한) 청년 특유의 불굴의 기상을 남김 없이 떨치자”고 독려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평양 5만호 주택건설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포지구 건설 현장에 고아들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도 없는 어린 청소년들이 건설장 노동자로 내몰리면서 북한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평안남도 내 중등학원 학생들을 서포지구 건설 인력으로 동원했다. 구체적으로 평남 당(黨)은 평성 중등학원 재학생 70여 명을 평남 속도전 돌격대에 편성해 서포지구 건설장에 파견했다.

여기서 중등학원은 우리의 중학교에 해당하는 교육시설로 부모 없는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는 기관이다. 북한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나이별로 애육원(탁아소 및 유치원 과정), 초등학원(7~11세), 중등학원(12~15세)에 수용하고 있다.

평안남도 도당회의에서 한 간부가 서포지역 건설장에 대한 지원 문제를 논의하면서 “돌격대로 파견된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이라도 보내주자”는 발언을 하면서 중등학원 학생들을 건설 인력으로 동원한 사실이 알려졌다고 한다.

해당 회의 이후 간부들 사이에서도 “불쌍한 애들을 부모가 없다고 건설 노동에까지 동원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냐”는 비판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평양 중등학원 졸업반 학생들에게 “부모 없는 너희를 키워준 당의 배려에 보답해야 한다”며 서포지구 건설장 돌격대에 지원할 것을 강제했다.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한 명도 빠짐없이 지원할 것을 강요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건설 노력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지난 2월 25일 평양시 서포지구 새거리 건설 착공식을 진행한 이후 주민들을 건설 인력으로 동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청년들이 건설 사업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건설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등 사실상 강제 동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에서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을 평양 살림집 건설에 동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이 부족하자 부모가 없는 어린아이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탈북민은 “과거에도 중등학원 아이들을 건설 현장이나 농장, 축산 시설 등에 동원한 사례가 많았다”며 “북한 당국이 고아 지원을 확대하면서 애민(愛民) 정치를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부모 없는 어린아이들을 국가를 위해 헌신할 노동력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평양 육아원과 애육원 재건을 지시하는 등 고아 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여러 차례 직접 현지 지도하는 모습을 매체를 통해 드러내 왔다.

그러면서 이를 아동에 대한 당의 배려와 사랑으로 강조하는 등 애민 리더십 부각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도 노동신문은 강원도 원산시의 육아원과 애육원 등 고아 보육시설 아이들이 현대식 시설에서 간식을 먹는 모습을 전하면서 “후대들을 위해서 무엇도 아끼지 않은 김정은 총비서의 따뜻한 사랑 속에 원아들의 궁전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고 선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