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세계 최대 규모라며 김정은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대규모 온실농장을 두 곳에 건설하였고, 한 곳은 건설 중이다. 함경북도 중평리에 있는 온실농장(부지 200ha)은 2019년 12월에 준공되어 운영 중이며, 함경남도 연포리 온실농장(부지 277ha)은 2022년 10월에 준공되어 첫해 채소 생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평양시 봉화리-문흥리 일대 강동온실농장(부지 280ha)은 올해 2월 15일 착공식을 진행해 김정은이 첫 삽을 떴다.
북한은 대규모 온실농장을 건설하는 의의를 ‘사시사철 산간지대 주민들에게 푸른 채소를 보장하려는 당의 조치’라고 밝혔으나, 온실농장 관리 및 운영상의 제반 문제로 실상 채소 생산실적은 계획량에 훨씬 못 미쳐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함경북도 중평온실농장의 경우 데일리NK와 RFA에 따르면, 시설 미비 및 연료 부족으로 채소가 병들어 죽는 등 생산량이 현저히 적게 산출되었고, 지배인과 책임자 등이 충성심 결여를 문제 삼아 종업원으로 강등되는 등 혁명화 처벌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온실농장 운영에는 난방이 원만히 잘 보장되어야 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함경북도 중평지구와 함경남도의 연포지구는 북한에서 고위도 추운 지방에 속하고 지리적으로 입지 여건이 불리한 곳에 있다. 중평 및 연포 두 곳 모두 온실농장이 동해의 해안가에 위치하며, 해변에는 바닷바람을 막아줄 방풍림조차 없어서 겨울철 바다에서 불어오는 북극 한파 즉, 한랭전선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이다. 평양시 강동온실농장은 내륙에 위치하여 그나마 나은 편이겠지만, 중평과 연포 온실농장은 입지도 부적절하고 난방 여건도 불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평 및 연포지구 대규모 온실농장에 대해 열적외선 위성영상을 이용하여 분석하고 난방 및 운영실태와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평양시 강동온실농장은 지난 2월 중순 착공식을 하고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열적외선 위성영상은 미국 NASA가 운영하는 랜샛-8호 및 9호 위성이 지난 2월 9일과 24일 각기 오전 10:30경 촬영한 것(해상도 100m)을 이용하였다. 지난겨울 한반도에 기록적인 북극 한파가 몰려와서 극한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에 구정 명절 설을 전후해서 촬영된 위성영상을 분석하였다. 기상이 양호한 날을 골라서 구름에 가려지지 않은 자료를 내려받고 분석에 활용하였다.
열적외선 영상은 지표면에서 발산하는 온도나 열을 감지하여 그 세기를 수치로 기록한 것이다. 분석을 위해 열적외선 자료를 단계별 절차에 따라서 각각의 수식을 이용하여 지표면 기온(℃)으로 변환하고, 기온분포를 1도 간격으로 색상을 달리해서 그림으로 나타내었고 이를 바탕으로 겨울철 온실농장의 난방실태를 살펴보았다.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리 온실농장 난방실태
중평온실농장은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지구에 위치하며 2018년 9월 말에 착공돼, 2019년 12월에 준공됐다. 경성비행장과 공군 비행연대시설이 모두 철거되고 부지 200ha(약 60만평)에 수경재배온실 20동, 토양재배온실 320동과 양묘장 등이 건설되었다. 590여 세대 살림집이 세워졌고 부대시설로는 학교, 유치원, 탁아소, 병원 등 각종 공공 및 편의봉사시설 등이 들어섰다. 반면에 140ha 정도의 논밭 등 농경지도 함께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열적외선 분석 결과는 지난 2월 9일 촬영한 자료에 의하면, 영하의 날씨 속에서 온실농장 일대가 영하 1도에서 영하 10도의 기온분포를 보였으며, 온실의 전체 평균 기온은 영하 6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농경지나 부대시설이 영하 8도에서 10도의 낮은 기온을 보인 반면, 온실은 주변과 달리 높은 기온의 색상으로 나타나 난방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온실농장 내 기온분포를 보면, 사진과 같이 중앙 붉은색 조그만 지역에서 최고 기온을 보일 뿐, 온실 내 여타 지역은 기온이 점차 낮아져 평균 영하 6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온실 전체 기온분포가 일정하지 않고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이는 난방이 고르지 못함을 방증하는 것으로 채소의 균일한 생육에 적절치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정한 온도의 난방이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보장되어야 할 것인데, 중앙에 난방이 일부 보장되고 주변으로 갈수록 기온이 점차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온실 주변에는 전기를 공급할 변전시설 따위가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보아 온실 난방은 전기가 아니고 땔감이나 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기가 부족해서 지방은 말할 것 없고 ‘혁명의 수도’라는 성지 평양에서조차 하루 몇 시간씩 제한 송전한다는데, 200ha 넓은 농장 부지에 채소 생산을 위해서 24시간 전기를 만가동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온실 난방을 위해서 전기가 아니고 땔감(석탄, 장작 등)이나 연료를 사용할 것인데, 그것도 농장 관리 및 운영 면에서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많은 땔감이나 연료를 어디서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자급자족과 자력갱생의 주체사상과 혁명정신으로 난관을 헤쳐 나간다 해도 난감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그리고 땔나무 및 화석연료의 상시적인 과다 사용은 자연환경 파괴와 대기오염의 주범이 되어 지구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이다.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리 온실농장 난방실태
연포온실농장은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에 위치하며 2022년 2월에 착공돼 같은 해 10월 10일 준공식이 진행됐다. 연포비행장과 공군기지가 모두 철거되고 230여 일 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 온실농장이 건설됐는데, 김정은이 준공식에서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치하했다고 한다. 부지 277ha(약 80만 평)에 수경재배온실 18동과 토양재배온실 800여~900여 동이 건설되었고 1000여 세대 살림집(주택)이 세워졌으며, 부대시설로 학교, 문화회관, 종합봉사시설 등이 들어섰다. 반면에 100여 ha 정도의 논밭 등 농경지도 함께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연포온실농장을 열적외선 영상으로 분석한 결과는 2월 24일 촬영한 랜샛-9호 자료에 의하면, 영상의 날씨 속에서 온실농장 일대가 0도에서 영상 9도의 기온분포를 보였으며, 온실의 전체적인 평균 기온은 영상 7도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주변 농경지나 부대시설은 영상 5도 이하의 낮은 기온을 보인 반면, 온실은 영상 6도에서 9도의 고온을 나타내어 주변과 달리 난방이 그나마 원만히 보장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농장이 2022년 10월에 준공되어 새로운 시설과 장비를 갖추었고 가시적인 첫해 실적을 내기 위해서 온실 난방 및 운영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포지구에도 일대에 변전소 따위의 시설이 식별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난방은 전기가 아닌 땔나무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농장 전체 277ha(약 80만 평) 부지에 난방을 24시간 보장하는 것도 실상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대규모 온실농장 운영의 문제점
데일리NK와 RFA에 따르면, 중평온실농장에는 비닐 박막과 땔감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남새(채소)가 병들어 시들거나 죽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지배인과 당비서가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앙당의 도움을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실 관리에 필요한 박막, 유리는 물론이고 석탄, 땔나무 등 연료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였으며, 따라서 기온이 낮은 함경도에서 온실 채소 생산에 크게 차질을 빚었고, 생산된 남새 양이 제시된 계획량보다 현저히 적어 난감한 형편에 처했었다고 한다.
온실농장 생산물은 김씨 일가가 먹는 진상품인 ‘9호 제품’으로 지정되어 좋은 것은 대부분 중앙당으로 올려보내고, 남은 생산물도 농장 관리 및 간부들에게 후방물자로 공급돼 주민들에게는 사실상 공급된 게 없다고 한다. 당초 북한은 경성군과 함경북도 내 인민들이 온실 덕을 볼 것으로 크게 홍보 및 선전하였지만, 주민들은 2년이 지나도록 이곳 생산 남새를 먹어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에 문제가 발생하자 당에서는 충성심 결여를 문제 삼아 농장에 추궁이 내려가고, 결국 농장 지배인과 당비서 등이 종업원으로 강등되고 혁명화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데일리NK 지난해 3월 4일 자에 따르면, 연포온실농장 건설에는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 동원되었고, 나아가 주민들에게 1인당 미화 30불씩 (4인 가구 2개월 양식비 해당) 건설재원 할당량이 전가되어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도됐다.
평가
고위도 함경도 추운 지방 해변에 세계 최대라는 온실농장을 두 곳에 대규모로 건설한 것은 입지 선정에 불리한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북한 농업정책의 한 단면이라 여겨진다. 또한, 온실농장 채소 생산을 위해 난방을 원만히 보장하려면 석탄, 땔나무 등 연료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중앙당 지원 없이 농장 자체의 자급자족과 자력갱생 노력만으로는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어찌하여 주민들 노력과 희생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할 것을 요구하는가?”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생산된 수확물이 적고 부진한 가운데에도 좋은 것은 ‘9호 제품’ 진상품으로 중앙당에 올려보내고 남은 것도 중간에서 관리 및 간부들이 후방물자로 떼어먹었다고 하고 그래서 정작 주민들은 지난 2년 동안 온실 채소는 먹어보기는커녕 구경조차 못 했다고 전해진다. “사시사철 푸르른 채소를 산간지대 주민들에게 보장한다”는 어버이 당의 배려이며 조치라는 당초의 선전과 홍보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온실농장 채소 생산은 백두혈통 김씨 일가를 위시한 중앙당 이너써클(inner circle) 집단과 간부들 식탁에 싱싱하고 비타민C가 풍부한 영양가 채소를 별미 반찬으로 공급하기 위함이지, 산간지대 주민들을 생각한 지도자와 당의 배려차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인민 낙원’이 아니고 ‘간부 낙원’인 것이 지금의 북한 사회 실상인 것 같다.
세 번째는 이게 본질적인 문제인데, 세 곳 대규모 온실농장이 건설되면서 잃게 되는 400여 ha로 추산되는 면적의 논밭 농경지 손실이 과연 온실 채소 생산으로 갈음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농업생산 및 식량 확보 가치 측면에서 회의적 의문이 어쩔 수 없이 드는 것이다. 농경지에서 나올 쌀과 옥수수 등 인민 생존에 절대 필수적인 식량을 온실농장에서 생산되는 채소 반찬 및 국물 재료와 맞바꾼 것이다. 허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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