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서 학생 8000여 명 동원된 대규모 태양절 행사 예정돼

코로나 이후 단연 최대 규모…학생들 훈련 중 허기, 고통에 쓰러지기도 해 .학부모 불만 높아

2018년 6월 평양에서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 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양강도 혜산시에서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8000여 명의 학생이 동원되는 대규모 행사가 개최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혜산에서 열린 행사 중 단연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1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시에서는 태양절을 맞아 조선소년단 연합단체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태양절 당일 진행될 이번 행사에는 혜산시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 학생 등 8000여 명이 동원됐으며,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지난 10일까지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5시간씩 연습에 매진해왔다고 한다.

특히 행사일이 임박한 지난 11일부터는 수업을 아예 중단하고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관통훈련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절 기념 행사를 차질 없이 보장하기 위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맞춰보는 실전 훈련을 반복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행사는 소년단 입단식과 표창장 수여식은 물론 노래, 무용 등 특기를 뽐내는 무대와 사열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됐으며,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배경대로 4·15 관련 글발을 새겨 태양절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명절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킬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 준비 배경은 ‘태양절 행사를 코로나 전과 같이 큰 규모로 진행하라’는 북한 당국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태양절을 앞두고 내려온 국가적 지시에 혜산시는 행사 인원을 보장하기 위해 평상시 생활난이나 건강상의 문제로 학교에 나오지 못한 학생들까지 다 동원했다는 설명이다.

혜산시에는 생활이 어려워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세대가 많은데, 이번 행사에 무조건 참가시켜야 한다며 매일 같이 교원들이 찾아와 요구하고 사정해 부모들도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행사에 동원된 학생들은 장시간 이어진 훈련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례로 한 학생은 며칠간 이어진 연습으로 발에 물집이 생겨 지난 13일 사열식 훈련에서 속도를 맞추지 못해 교원의 추궁과 다른 학생들의 눈총을 받았고, 결국 따돌림의 대상이 됐다. 한 명이라도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쉬는 시간도 없이 연습이 반복되기 때문에 학생 대부분이 아픔을 견디며 훈련했다는 전언이다.

또 지난 11일에는 훈련 도중 학생 6명이 허기에 쓰러지고, 배경대 좌석에 앉아 있던 학생 2명도 정신을 잃어 병원에 실려 가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훈련 중 쓰러지고 저녁에는 발이 아파 엉엉 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는 부모들이 많다”며 “부모들은 구태여 어린이들까지 행사에 동원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이런 명절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