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맞아 거리·마을 꾸리기에 총동원…주민들 피로감 호소

횟가루 칠 등에 필요한 자재들도 자체 부담해야…세외부담 시달린 주민들 불만 속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맞은 수도 평양의 모습을 조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이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거리와 마을 꾸리기 사업에 주민들을 총동원해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 인빈반들에서 태양절을 맞아 거리와 마을 꾸리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주민들을 총동원해 주민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태양절을 앞두고 혜산시 인민반들에서는 충성심을 가지고 거리와 마을 꾸리기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가할 것을 요구했다.

인민반별로 구역을 맡아 꾸리기 사업을 끝낸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꾸리기 사업을 진행해 주민들의 불만이 증폭됐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지난달 말 거리와 마을 꾸리기 사업으로 주민들을 동원해 길거리와 기념탑, 인도와 찻길을 분간하는 계선들에 횟가루 칠을 했는데, 이달 초 혜산시에 많은 비가 오면서 회칠한 부분들이 어지러워졌다는 이유로 또다시 주민들을 달달 볶았다”고 말했다.

특히 앞선 꾸리기 사업 때도 주민들이 자재 구매 비용을 100% 부담했으나 이번에도 충성심을 내걸면서 주민들에게 또다시 동원과 세외부담을 강요해 더욱 원성을 샀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금은 모두가 먹고살기도 힘에 부치는데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이 동원과 세외부담이 제기되니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무서울 정도”라며 “사는 게 숨이 막히고 이렇게 고달프게 살아 뭐하냐 싶다는 말이 주민들 속에서 심심찮게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혜산시 인민반들에서는 12일까지 외벽 등에 대한 횟가루 칠을 끝낼 것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다른 해 같으면 인민반장이 강요하지 않아도 주민들은 3월 말과 4월 초 사이에 횟가루 칠을 하고 창문의 겨울 방풍 장치들을 다 떼어 내고 유리를 깨끗이 닦았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인민반마다 횟가루 칠을 마친 세대가 열 손가락 꼽기도 힘들어 인민반장들이 매일 서너 번씩 돌면서 재촉했다”고 전했다.

횟가루 칠을 하려면 횟가루며 석탄, 회솔 등을 자체로 구매해야 하는데 주민들이 돈이 없어 쌀도 못 사 먹는 상태라 꾸리기 사업에는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민반장들은 횟가루 칠을 하지 못한 세대들을 찾아가 매일 같이 독촉해 주민들과 인민반장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어지러운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인민반장이 하루에 몇 번씩 찾아오는 데다 충성심이 부족해 못한다는 말까지 하니 신경질이 순간에 올라와 인민반장과 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에 태양절이 다가올 때마다 느껴지던 명절 분위기를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데 간부들은 분위기를 띄운다며 떠들어대고 있어 주민들이 차갑고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